[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고객의 최대 이익과 시장의 건전성을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인다.” ‘고객 만족’과 ‘신뢰’, ‘정보 보호’ 등을 강조해온 대우증권(사장 홍성국)의 윤리강령 중 하나다. 그런데 정작 대우증권 내에서 이런 윤리 강령과 반하는 사건들이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채권금리 담합 혐의’로 벌금형을 부과 받은데 이어 허술한 보안 관리로 제재도 받았다. 아울러 주가연계증권(ELS) 상환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까지 받는 상황도 맞았다. 

◇ 채권금리 담합 벌금형 … 향후 사업활동 제약 위기
 
국민들이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하는 소액채권의 수익률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우증권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단독 박지영 판사는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대우·NH투자(옛 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유안타(옛 동양) 등 5개 증권사에 대해 벌금 5,000만원을, 삼성증권에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들 6개 증권사는 2008년 1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한국거래소에 국민주택채권과 서울도시철도채권 등의 수익률을 미리 합의한 뒤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지난 2012년 공정위는 증권사 20곳이 채권 금리 담합에 연루된 혐의를 적발하고, 벌금 192억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담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들 6개사가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위는 해당 증권사 직원들이 자신들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금리가 채권 매입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 증권사는 채권매입 가격을 최대한 낮게 책정될 수 있도록 협의한 뒤 가격이 내려간 채권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담합이 시장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점, 위법 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점 등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형이 확정되면 향후 경영 활동에는 제약이 가해진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증권사는 3년 동안 신규로 금융투자사업자 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며 5년간 다른 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가 될 자격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우증권은 이외에도 또 다른 재판 결과로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여있다. 주가연계증권(ELS) 중도상환일 직전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상환을 피한 것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최근 윤모씨 등 3명이 대우증권에 제기한 상환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우증권, ELS 투자자 보호 소홀” 대법원 판결

대법원에 따르면 윤모씨 등은 대우증권이 2005년 3월 발행한 ELS에 2억1,900만원을 투자했다. 이 상품은 삼성SDI의 주가를 4개월마다 평가해 기준가보다 높으면 3%의 수익을 중도상환금으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그런데 대우증권이 평가일에 임박해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바람에 주가가 기준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중도상환을 받지 못했다. 결국 만기상환 당시 30% 상당의 원금 손실을 보게 되자 윤씨 등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금융 기법(델타 헤지)에 따라 주식을 팔았을 뿐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대우증권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증권사가 위험회피 거래를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투자자의 이익과 신뢰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중간평가일 거래종료 직전에 주식 대량 매도로 종가를 하락시켜 중도상환조건을 맞추지 못하게 한 것은 투자자 보호를 게을리 한 것이고, 이를 정당한 거래라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대우증권은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줄 위기에 놓였다. 파기환송심이 진행돼야 정확한 결과가 나오겠으나, 상황은 불리하게 됐다. 더군다나 ELS 관련 소송에서 증권사의 배상 책임이 최초로 인정되면서 이후 유사한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자칫하면 배상 책임은 더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우증권 신인도를 갉아먹는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은 대우증권이 보안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이유로 직원 조치의뢰 1건과 기관 개선 3건의 제재를 했다.

◇ 끊임없는 악재로 신인도 추락 

금감원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전산 프로그램을 직원에게 배포하면서 취약점이 존재하는 배포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또 분실 처리된 보안 보조기억매체(USB)에 대해 이용 정지 조치를 하지 않았고 분실 처리된 보안 USB 중 일부가 업무용 PC에서 사용됐는데도 이를 통제하거나 회수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전산 시스템의 관리자전용 화면에 대해 업무편의를 위하여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고 로그인이 되도록 운영했다.

지난 2011년 ‘중국 고섬 사태’ 이후, 신인도에 큰 치명상을 입은 대우증권. 이후 대우증권은 ‘투자자 보호’와 ‘철저한 관리 감독’에 나서겠다고 재차 밝혀왔다. 하지만 여전히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로 고객들의 실망감을 안기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대우증권 관계자는 “금감원에 제재 받은 사안에 대해선 모두 조치를 완료했으며, 소송 결과에 대해선 향후 대처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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