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롯데푸드의 내부거래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분기·반기보고서에서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빈축을 사고 있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그 의도에 의혹이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시선은 지난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던 롯데그룹의 진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 롯데리아 케첩까지 납품하는 롯데푸드

▲ 롯데푸드.
지난 2013년 4월 롯데삼강에서 이름을 바꾼 롯데푸드는 유지식품, 빙과류, 육가공품 등 각종 음식료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곳이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 외에도 그룹 계열사에 식자재 및 식품을 납품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롯데리아에서 건네주는 작은 케첩도 롯데푸드가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다.

또한 롯데푸드가 만든 제품은 롯데그룹의 물류회사인 롯데로지스틱스가 운반한다.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또 다른 계열사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셈이다.

롯데푸드의 지난 2013년 내부거래 규모는 매출과 매입, 기타수익 등을 포함해 7,800억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4,303억원으로 전체 매출인 1조5,682억원 중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더불어 2012년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 2,892억원보다 크게 늘어나기도 했다.

2014년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거래 규모는 8,350억원에 육박했고,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도 4,475억7,500만원으로 2013년보다 늘었다.

이는 지난 2013년 롯데그룹이 선언한 다짐과 완전히 배치되는 행보다. 당시 롯데그룹은 내부거래 규모를 줄이고, 상생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내부거래 실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당국이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몸을 바싹 낮춘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헛구호에 불과했고, 내부거래는 지난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 롯데푸드가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 2015년은 1분기를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다.
◇ 내부거래 축소 ‘헛구호’

롯데푸드가 올해 1분기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은 1,232억8,70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1,055억2,500만원보다 더 증가했다. 2~4분기 역시 같은 규모로 단순 계산해보면, 올해 총 내부거래 매출은 또 다시 지난해를 뛰어넘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롯데푸드의 내부거래가 꾸준히 증가할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푸드는 분기 및 반기보고서에 계열사별 내부거래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롯데푸드의 1분기보고서를 보면, 특수관계자와의 주요 거래내역을 합산해 기록하고 있다. 롯데리아, 롯데쇼핑,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로지스틱스, 롯데상사 등 내부거래 대상 계열사와의 거래내용을 모두 합쳐 놓은 것이다. 때문에 각각의 계열사와의 구체적인 거래규모는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올해 1분기보고서에만 그치지 않는다. 롯데푸드는 분기 및 반기보고서에 구체적인 내부거래 내역 공개를 꺼리고 있다. 오직 1년에 1번, 사업보고서를 통해서만 공개할 뿐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3년 11월 ‘특수관계자거래 주석 공시 모범사례’를 배포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 바 있다. 내부거래 내역을 뭉뚱그려 표기하지 말고, 각 계열사 별로 표기하라는 내용이었으며, 거래내용도 재화, 용역 등 구체적으로 적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 주식시장 관계자는 “내부거래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그 내용이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며 “롯데그룹 차원에서 내부거래 축소를 다짐했던 만큼 롯데푸드의 이러한 행보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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