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
최근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설’을 두고 한바탕 진흙탕 싸움을 벌인 포스코를 향해 재계 고위 인사가 던진 말이다. 창립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마당에 볼썽사나운 집안싸움까지 보인 데 대해 ‘조직 수장’으로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자질론을 꼬집은 것이다.

포스코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계열사와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시선은 없어 보인다.

◇ 조직장악력 부재·신뢰추락… 민낯 드러낸 권오준 리더십  

대우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 매각 관련 문서유출(5월 22일 모 경제지 단독보도)→전병일 사장 반발(5월 26일)→권오준 회장의 매각설 부인(6월 9일)→전병일 사장 경질설(6월 9일)→전병일 사장 사퇴거부(6월 10일)→포스코 해임절차 부정(6월 11일).

지난달 조청명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가치경영실에서 검토했던 ‘미얀마 가스전 매각’ 관련 문서가 유출된 이후 꼭 21일 동안 포스코에서 벌어진 일이다. 재계 6위·시가총액 12위, 굴지의 대기업에서 발생한 사태라고 보기엔 어처구니없을 정도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 이번 사태를 두고 외부의 시선은 싸늘하다.

무엇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부호가 강해졌다. 계열사 사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할 만큼 조직장악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다른 계열사 임원들도 사퇴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항명’하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향후 인사권 행사에 적잖은 부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 부재 논란은 그의 취임 이후 줄곧 이어져왔다. 계열사 구조조정을 두고도 변죽만 울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실적마저도 시원찮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의 경영능력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커졌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연구원 출신인 탓에 지지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것을 약점으로 꼽기도 했다.

이는 결국 권오준 회장의 ‘포스코 쇄신’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실제 이번 사태는 권오준 회장이 ‘비상경영위원회(5월 14일)’를 꾸리고 고강도 쇄신에 나선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졌다. 집안 내 볼썽사나운 갈등은 권오준 회장의 쇄신작업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인사권은 물론, 조직장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쇄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태를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포스코는 ‘신뢰’를 잃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경질설 및 계열사와 불협화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포스코 홍보실은 전날인 10일, “전병일 사장에게 그룹 차원의 정식 사퇴 요구를 한 것이 맞다”고 수많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포스코는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꿨다. 스스로 신뢰를 져버린 것이다.

특히 권오준 회장의 오락가락 행보는 진정성 논란에 불을 댕기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사태와 관련, 조청명 가치경영실장과 한성희 홍보실장(상무)를 보직해임했다. 분명 ‘문책성 인사’였다. 하지만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 문서’가 유출된 것과 관련해 책임을 물었던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은 현재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포스코플랜텍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포스코플랜텍은 12일 이화영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결국 이화영 전무는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이 내려오기 전까지 임시로 대표이사 자리에 앉아있는 시한부를 선고받은 셈이다. ‘문책성 인사’라는 설명이 무색해지는 시점이자, 지난달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쇄신’ 의지를 다진 권오준 회장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 포스코.
포스코는 태생 자체가 ‘국민기업’인 곳이다. 위안부 및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에 대한 피눈물의 배상금(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세워진 기업이다. 이후에도 국민의 혈세로 성장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업이다.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포스코의 현주소나, 이에 따른 위기탈출은 단순히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권오준 회장이 추락한 리더십과 경영능력 부재 논란을 어떻게 털어내느냐는 포스코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은 정작 권오준 회장이다. 권오준 회장은 사즉생의 각오로 ‘비상(非常)’이 아니라 ‘비상(飛上)’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포스코 더 그레이트(POSCO the Great)’의 실현은 오롯이 권오준 회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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