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세균계의 최재성 의원을 일찌감치 사무총장으로 내정했으나 당내 비노계의 반발로 당직 인선을 연기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또다시 당직 인선을 연기했다. 벌써 세 번째다. 지난 15일과 17일에 이어 당초 인선 발표 마지노선으로 계획했던 19일까지 당 최고위의 찬성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당초 혁신위원회가 구성을 마치는 대로 인선을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지난 12일 혁신위 출범 이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 최재성, 사무총장직 인선 논란 속 “무한 헌신” 약속

문제의 핵심은 사무총장직 인선이다. 문재인 대표는 3선의 최재성 의원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전략기획통이면서 추진력을 갖춰 혁신작업과 공천실무작업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판단했던 것. 특히 최재성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헌신성이 높게 평가됐다는 후문이다. 실제 최재성 의원은 당직 인선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지난 17일 한 언론을 통해 “모든 걸 다 바쳐서 무한 헌신하겠다”며 사무총장직 수락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재성 의원의 사무총장직 임명에 대한 비노계의 반발은 거셌다.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와 이용득 최고위원이 반기를 들었다. 최재성 의원이 정세균 의원과 가까워 범친노로 분류된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앞서 최재성 의원은 지난달 7일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노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의 승부를 갈린 표차는 불과 5표. 이에 비노계에선 친노계가 최재성 의원을 앞세워 대대적인 비주류 물갈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당직 중 최고 실세로 통한다. 선거 국면에선 더더욱 영향력이 확대된다. 당연직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으로 지도부와 공심위 간의 교량 역할을 한다. 사실상 대표의 뜻을 실현하는 데 임무가 막중하다. 그만큼 공천 과정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상징성도 크다. 공천 배제나 불이익을 우려하는 비노계에선 달갑지 않은 인사다.

▲ 비노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헌신’을 다짐하며 사무총장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친노계 측에선 이를 부인한다. 도리어 ‘최재성 카드’를 반대하는 비노계의 강경한 기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친노 인사는 사무총장 자리 하나이고, 나머지는 탕평인사라는 것. 현재 당대표 비서실장과 수석사무부총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박광온 의원과 김관영 의원은 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각각 비서실장과 대변인으로 활동한 비노계 인사다. 전략홍보본부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안규백 의원 또한 평화민주당 시절부터 당직자로 활동해오면서 박지원 의원과 오랜 인연으로 가까운 관계다.

◇ 표결 강행 부담 “비노계의 반발 만만치 않을 것”

따라서 문재인 대표도 물러서지 않을 모양이다. 당직 인선을 연기하며 숙고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인사 강행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당 안팎에선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둘러싼 지도부 표결까지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전략홍보본부장, 디지털소통본부장 등 요직 네 자리를 지도부간 ‘협의사항’에서 ‘의결사항’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표의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에 대한 지도부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표결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당직 인선이 표 대결로 비화돼 자칫 내부 갈등을 더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이와 관련, 비노계 인사들은 “표결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당을 문재인 대표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로 나누겠다는 것”이라면서 “비노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재인 대표 체제 2기가 출범도 전에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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