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또다시 친노계와 비노계의 갈등이 불거졌다. 급기야 비노 진영의 인사들은 신당 창당에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하자 비노계는 집단 반발로 돌아선 모습이다. 당장 이종걸 원내대표는 2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며 사실상의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다. 전날 최재성 사무총장과 함께 임명된 김관영 수석사무부총장과 박광온 비서실장도 첫 최고위 회의를 불참했다. 물론 두 사람은 메르스 추경 관련 기획재정부 측의 비공개 보고 참석을 불참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한 이들 세 사람이 비노계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뒷말은 여전했다.

◇ 호남 전·현직 의원들 ‘신당 창당’ 공감대 확산

실제 비노계에선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친노 편향 공천 논란이 일었던 19대 총선 공천이 또다시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결국 문재인 대표가 고집한 최재성 카드는 신당 창당과 분당의 단초가 될 것이란 게 비노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박지원 의원은 “당내 최소 4개 그룹에서 분당 및 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경고한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후 “향후 여러 동지들과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지나갈 순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호남발 분당과 창당의 물밑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사는 정대철 상임고문이다. 그는 호남 신당론을 촉발시킨 천정배 무소속 의원과 밀접하게 교류하면서 ‘신당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복수의 매체를 통해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이나 대선에 대처하기 어렵다”면서 “천정배 의원이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당이 나와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대철 고문은 지난 19일 천정배 의원과 문학진 전 의원 등을 만나 당내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신당 창당의 중심에 선 천정배 의원은 “정치세력화에 나서고 있지만 신당 창당을 결심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치세력화를 하다보면 신당 창당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실상 창당의 중심축은 천정배 의원이 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의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염동연 전 의원은 창당을 기정사실화하며 “천정배 의원과 소통하고 있으며, 신당 창당을 위해 당 내외 인사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동교동계 인사들과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 정대철 고문은 2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호남의 20여명의 (전직) 의원들이 신당이나 천정배 의원, (탈당설이 돌고 있는) 박주선 의원 등의 움직임에 주시하고 있다”면서 “10월에 박주선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동구에서 (기초단체장) 재보선이 있는데,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박주선 의원은 “침묵하는 다수 의원과 신당 창당을 포함해 당을 살리는 길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신당 창당이 구체화될 시점으로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중순을 점치고 있다. 10월 재보선을 앞둔 데다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신당 창당 소요 시간과 공천 심사 기간을 감안할 때 9월이 적기라는 것. 더욱이 혁신위의 활동이 마무리될 예정인 만큼 혁신안을 놓고 당내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데에 창당의 명분을 찾을 수 있다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실제 최근 혁신위가 내놓은 첫 번째 혁신안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3분의 2이상을 외부인사로 구성키로 한 점이 문제가 됐다. 외부인사 영입은 문재인 대표의 소관인 만큼 친노계의 의중이 담길 공산이 크고, 결국 공정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게 비노계 측의 주장이다.

◇ 천정배 “지금은 정치이야기 할 때가 아냐”

정작 신당 창당의 중심에 선 천정배 의원은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신당 창당 추진을 위한 모임으로 보도된 이른바 ‘냉면 회동’에 대해 “밥을 한번 먹은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지금은 메르스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이 짜증을 낼 정치이야기는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대한 여지는 남았다. 천정배 의원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정치세력화에 나서고 있지만 신당 창당을 결심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정치세력화를 하다보면 신당 창당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 안팎으로 신당 창당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실체가 모호하고 분당과 거론된 인사들의 정치적 무게감이 가볍다는 지적이다. 야권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당직자는 “노선 투쟁이 있을 순 있지만 분당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며 창당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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