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에 따른 비노계의 반발에 대해 “뭘 더 어쩌라는 건가. 시간이 필요하다. 잘될 텐데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 것인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비노계의 비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항의다. 현재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주승용 최고위원은 각각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대표의 권위나 위상을 찾을 때가 아니다”며 사실상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철회를 압박했다. 여기에 박지원 의원도 “원내대표를 필두로 많은 의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문제가 있는 인사”라면서 “자기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석사무부총장에 임명한 김관영 의원은 당직 고사의 뜻을 전했다. 4·29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조직부총장에서 물러난 데다 이미 여러 차례 당직을 맡았기 때문에 더 이상 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 지역구민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겠다는 게 김관영 의원의 생각이었다. 이 같은 사정을 이유로 애초부터 당직 고사 의사를 밝혔으나, 갑자기 인선 명단에 포함돼 김관영 의원이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26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 비노 반발 불구 최재성 카드 고수 “시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다.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박광온 의원도 당직 고사 여부를 두고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관영 의원과 박광온 의원은 김한길계로 분류된다. 구 민주계에 뿌리를 둔 안규백 의원은 “전략홍보본부장 임명에 사전 통보가 없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가 고심 끝에 내놓은 2기 당직자 5명 가운데 디지털소통본부장으로 임명된 홍종학 의원을 제외하곤 4명 모두 불안정한 상태다.

이로써 문재인 대표는 또 한 번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최재성 카드’가 공식 테이블에 오른 지 10일 만에 강행한 인선이었지만, 그간 반대 진영을 설득하지 못한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았다. 임명을 반대해온 이종걸 원내대표와 정치적 신뢰가 깨진 만큼 당 운영에 적지 않은 차질이 전망될 뿐 아니라 앞으로 혁신안 실천과 총선 공천 준비 등 당력을 집중해야 할 현안에 대표의 리더십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에 대한 사태 해결에 고심하는 이유다.

▲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으로 불거진 계파 갈등 해결 방안으로 민생 행보와 정책위의장 인선을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카드’를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24일에도 “뭘 더 어쩌라는 건가. 시간이 필요하다. 잘될 텐데 왜 그렇게 걱정을 하는 것인가”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을 뿐이다.

실제 문재인 대표는 최재성 사무총장만큼 적임자가 없다는 판단이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혁신의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앞서 최재성 사무총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기득권 내려놓기의 일환으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최재성 사무총장의 ‘말바꾸기’ 논란에도 문재인 대표 측은 “정치인으로서 한 약속을 깰 수 있겠느냐”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 측은 사무총장을 제외한 나머지 당직은 모두 비노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최재성 사무총장 역시 정세균계에 속하는 만큼 탕평 인사 취지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친노계와 정세균계의 연합으로 해석하지만, 문재인 대표 측은 문제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전병헌·오영식 최고위원에 이어 최재성 사무총장까지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정세균계가 급부상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 갈등 봉합 카드는 최재천?… 정책위의장 인선 물망

논란 속에서도 문재인 대표는 민생 행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 문재인 대표는 비노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4일 자신이 40년 전 복무했던 1공수특전여단을 방문한 데 이어 25일 6·25전쟁 65주년 기념식과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입장권 현장판매행사 등에 참석하는 등 안보와 경제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측근들은 “사무총장 인선은 대표의 권한이지만 당내 의견수렴을 위해 그동안 인선을 늦춰왔다”면서 “이제는 인선이 마무리됐으니 민생행보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표가 정책위의장 인선을 통해 계파 간 접점 찾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강기정 정책위의장을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비노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비노계 인사를 정책위의장에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위의장에 최재천 의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