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의 현대증권 인수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오릭스와 현대증권이 난감한 구설수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현대증권은 대주주적격 심사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 그런데 최근 오릭스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도 전에 지나치게 현대증권 경영에 개입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진땀을 뺀 것.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항변했다. 
 
오릭스PE(프라이빗에쿼티)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에 현대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및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두 달간 오릭스의 재무건전성과 시장질서 침해 여부 등을 검토한다. 앞서 현대그룹 측과 주주매매계약 체결을 완료한 오릭스는 이 심사만 통과하면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 인수 마지막 절차 앞두고 업계 뒷말 무성 

이처럼 인수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릭스도 바빠지고 있다. 오릭스는 현대증권의 신임 대표로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을 내정하고, 인수단을 꾸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들어갔다.

현대증권 인수단은 김 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오릭스 측 인사와 현대증권 관계자 8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여의도 모처에 사무실을 차리고 현대증권의 경영 현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엉뚱한 구설수가 터져 나왔다. 오릭스가 지나치게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구설이 그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오릭스가 현대증권 이사회 소집이나 이사회 안건 작성 같은 경영상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기 전에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심지어 이런 압박에 현대증권 임원 30명이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가 반려됐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무성했다. 오릭스는 대주주적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경영에 개입할 수 없는 상황. 이같은 구설수가 사실이라면, 대주주적격심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증권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이 같은 소문을 강하게 일축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경영 간섭은 명백히 없다”며 “임직원들이 사표를 냈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내부적인 경영 현안 역시 전혀 보고하지 않는다”며 “현재로선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어떤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오릭스의 경영 개입 여부에 대해선 어떤 보고도 받은 바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지금은 감독원에서 심사를 진행 중이다. 통상 업계에서 돌고 있는 개별 회사 문제는 감독원을 통해서 파악하는데, 아직 어떤 이야기도 공식적으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과 오릭스는 아직 인수 절차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증권은 윤경은 사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 난감한 마음을 드러냈다. 윤 사장은 올 초 3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기범 전 사장이 오릭스의 선택을 받으면서 거취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업계에선 윤 사장이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거취 문제에 대해서 전혀 알려진 바 없고, 평소와 같이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현업에 계시는 사람에게 거취 문제를 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