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연합 탈당을 공식화 했다. 정치권에서 박 전 지사는 3선 도지사 출신이자 동교동계 인사로 통한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물밑 군불지피기와 ‘설’만 난무했던 제3신당의 창당이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탈당으로 가시권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8월, 늦으면 9월 중 신당창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신당의 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16일 박준영 전 전남지사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 동안 몸담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고자 한다”며 탈당을 공식화 했다. 박 전 지사는 “국민들은 새정치연합을 대안이라고 생각지 않게 됐다”며 “야권의 새 희망을 일구는데 작은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의 표현”이라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 박준영 탈당, 새정치연합 현직의원들 탈당 가세할까

정치권에서는 박 전 지사의 탈당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민주통합당 당직자 출신 당원 50명이 탈당을 하고, 복수의 언론을 통해 새정치연합의 분당설 등이 제기됐지만, 무게감 있는 인사의 움직임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3선 도지사 출신이자 동교동계로 통하는 박 전 지사의 탈당으로, 신당창당에 동조하는 새정치연합 내 현직인사들의 탈당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심은 박주선 의원과 박지원 의원, 김동철 의원 등으로 모아진다. 박주선 의원은 8월 신당창당설을 언급한 새정치연합 내 대표적인 현직의원이고, 박지원 의원 역시 무소속의 천정배 의원과의 연대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전 지사의 선행탈당과 이들 현직의원들의 후속탈당이 이어지지 않겠냐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박 전 지사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겠다.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 조만간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직 의원들의 추가 탈당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탈당이 새정치연합 내 현직의원들의 연쇄탈당이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주선 의원(우), 박지원 의원(좌) 등 호남인사를 비롯해 김한길 의원(중) 등 비노계 인사들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제3당의 ‘창당’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세 가지 난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점은 국민적 인지도를 갖추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이 야권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 야권신당, 창당에 성공하더라도 세 고비 넘지 못하면 자멸

실제 우리나라의 정치역사에서 기존 정치구도를 깨기 위해 창당된 신당이 생명력을 길게 가져간 사례는 흔치않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김종필 고문, 이회창 전 총재, 정몽준 전 대표 등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정치인들도 도전했지만 결국 합당수순을 밟았다. 현재 천정배 의원, 박지원 의원, 김한길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앞서 언급된 인사들과 비교할 때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신당의 조직과 자금력도 문제다. 물론 새정치연합 내 이른바 ‘대주주’라고 칭할 수 있는 인물이 후속탈당을 할 경우, 세와 자금은 자연스럽게 따라 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새정치연합에는 이른바 ‘대주주’라고 부를만한 인물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집단적 탈당’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신당은 자금력과 조직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신당창당설만 언론에 흘리고 정작 현직의원들의 움직임은 가시화 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언론을 통해 눈치게임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받쳐줄 인물론이 없는 상황에서 집단탈당이 되지 않고서는 성공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표심 확장성 측면에서도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비록 박 전 지사가 ‘중도신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호남지역정당이 아닌 전국규모의 중도신당으로 바라볼 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정치권에서 신당창당 가능성을 제기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호남인사이기 때문이다.

지역정당의 실패사례는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0년 한화갑 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을 자처, 동교동계를 비롯해 호남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중도층은 물론이고 호남지역에서도 지지세 확보에 실패, 19대 총선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보고 2선 후퇴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천정배 의원은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예나 지금이나 호남의 지역정당을 만드는데는 관심이 없다”면서 “신당이든 새로운 세력이든 새로운 비전과 개혁성, 헌신성 등 국민이 바라는 덕목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전국규모의 중도노선을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