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이상의 손실 실적에 대거 반영 예정, 분식회계 의혹 강타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행장 홍기택)이 ‘사면초가’에 놓였다. 각종 부실 대출 의혹으로 연이어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된 것도 모자라,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이 ‘분식회계 의혹’과 ‘대규모 부실징후’로 논란의 일으키고 있어서다. 대우건설이 분식회계 혐의로 ‘중징계 사전 통보’를 받은데 이어, 이번엔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이 핵폭탄을 안겼다.

대우조선은 해양 플랜트 공사가 지연돼 발생한 손실액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올 2분기에 대규모 적자를 낼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 부실 규모만 최소 2조원에서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실적 공시가 나오지 않았지만, 조 단위의 적자가 나올 것은 기정사실이다.

“산업은행, 정말 몰랐나” … 업계 의문 '확산'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에선 곧바로 ‘분식회계 의혹’이 터져왔다. 대우조선이 그간 누적 손실을 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게도 향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그간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더욱이 대우조선의 회계를 책임지는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주로 산업은행 출신들이 내리 맡아왔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시선이 상당하다. 만약 몰랐다고 하더라도 ‘관리소홀 책임론’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실 지난해 대우조선의 호실적은 업계의 의문을 샀던 사안이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로 적자를 낸 가운데 대우조선만 홀로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신용평가업계에선 대우조선의 호실적에도 재무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조선업 장기 불황과 해양 플랜트 등에서의 공정 지연으로 원가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대우조선은 손실이 발생한 사업에서 원가율을 낮게 잡으면서 대규모 손실을 재무제표에 제 때 반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인도하는 설비에 대한 최종결산 과정에 원가율 손실이 뒤늦게 대폭 반영돼 적자 규모가 커지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숨겨진 부실은 지난 5월 취임한 정성립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진 자체 실사를 통해 드러났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고의적인 손실 은폐나 분식회계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플랜트 시설은 사업 공정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을 잡아 중간 회계에 반영하곤 한다”며 “이 과정에서 체인지 오더(설계변경)가 발생하면 원가율을 높여줘야 하는데, 전임 사장 시절 이를 보수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자체를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리 책임 소홀에 대해선 “산업은행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있었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고 지적하는 시선도 있는데, CFO는 자금 흐름을 볼 뿐 회계 원가 부분은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게다가 지난해 조선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냈을 때 대우조선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 산업은행 관리 기업 잇단 분식회계 파문 

하지만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업에서 연이어 회계투명성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산업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앞서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분식 회계를 파악하지 못해 9,000억원을 대출해준 것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또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건설은 4,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가 적발돼 중징계를 맞을 위기에 놓여있다.

한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부실 규모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대우조선이 대규모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진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조조정이 예상되는 대우조선에 대해 워크아웃과 자유협약 등이 검토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일었으나, 산업은행 측은 "워크아웃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 고의성이 감지되면 회계 감리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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