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을 떠난 지 100일이 됐지만 유족과 측근들의 충격과 탄식은 여전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100일째를 맞이한 17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렸던 고인의 마지막 폭로는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 인사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제외한 6명이 검찰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유족과 측근들의 충격은 여전했다.

◇ “충격 심했다” 동영숙 씨, 남편 부재중에도 자택 지키며 ‘은둔’

특히 성완종 전 회장의 부인 동영숙 씨의 충격이 가장 컸다. 한때 신경쇠약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던 그는 웃음을 잃었다. 성완종 전 회장 부부를 10여년 전부터 지켜봐온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D빌라 관리인은 전날 기자에게 “회장님이 살아계셨을 땐 서로 얘길 나눌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말 붙이기가 거북할 정도로 어렵다”면서 “잘잘못을 떠나 남편이 죽었는데 답답한 속사정이야 뻔하지 않겠나. 웃는 얼굴을 못봤다”고 말했다. 동영숙 씨는 남편과 살았던 D빌라를 떠나지 않고 현재도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동영숙 씨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관리인은 사건 발생 당시를 떠올리며 “2주 동안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기자들로 곤혹을 치렀다”고 밝힌 뒤 “충격이 심했다. 언론 인터뷰에 응할 리가 만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침에 언제 나갈지, 저녁에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도 했다.

▲ 성완종 전 회장의 부인 동영숙 씨가 은둔을 이어가는 가운데, 측근들은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동영숙 씨가 은둔을 이어가는 가운데, 측근들은 검찰 수사의 추이를 지켜보며 ‘때’를 기다렸다.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을 선택하기 전날 만났던 충남 태안군의회 이용희·김진권 의원은 1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검찰이 발표한 ‘성완종 리스트’의 중간수사 결과에 실망감을 나타내면서도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권 의원은 “돌아가신 분만 억울하다”면서 “오늘 (이용기) 비서실장이 나오고, 가까운 사람들끼리 여론을 수렴해 필요하다면 입장을 발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성완종 전 회장의 다른 두 측근 인사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김진권 의원이 언급한 이용기 비서실장과 박준호 전 경남기업 홍보담당 상무다. 앞서 두 사람은 성완종 전 회장의 자원개발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된 증거를 폐기·인멸한 혐의로 지난 5월11일 구속기소됐다. 유족들은 성완종 전 회장이 사망한 당일 이 두 사람에게 유언장을 보여주고 장례를 함께 논의할 만큼 의지했다. 이용기 비서실장과 박준호 전 상무의 석방이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됐다.

◇ 자살 전날 만난 측근들 “딴 맘먹지 말고 살아달라 부탁했는데…”

사실 측근들도 그간 유족만큼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용희 의원은 마지막으로 만난 성완종 전 회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날 저녁에 만났을 때도 ‘어렵다’, ‘헤어나올 길이 없다’, ‘너무 억울하다’고 하더라. 그래도 딴 맘먹지 말고 살아달라고 부탁했다”면서 “당시만 해도 (성완종 전 회장이) 본인은 회의를 가야 한다고, 우리에겐 더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라고 말해서 다음날 전해들은 사망 소식을 믿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통화 내내 한숨을 내쉬던 이용희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의 부인 동영숙 씨에 대해서도 “갑자기 그런(남편이 자살하는) 일을 겪었으니 본인도 얼마나 황당했겠나. 여전히 힘들어 할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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