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대표가 오는 25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 국내외 중요한 정치현안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대미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은 사랑재 나서는 김무성 대표. 출처=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오는 25일부터 7박 9일 동안 미국을 방문한다.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방미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위축·국정원 해킹의혹 등 국내 현안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의 나 홀로 대권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차기대권을 바라보는 유력 정치인에게 방미는 자신의 체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이 사실이다. 우리 입장에서 미국은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상대국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다양한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이에 미국과의 접점을 넓히는 것은 정치적 자산을 쌓는데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유력 정치인과의 개인적 교분을 맺을 경우, 단숨에 이름값을 올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다.

◇ 대권행보에 시동거는 김무성

이명박 전 대통령도 야인시절 미국 유학생활을 통해 교분을 쌓았던 인맥을 대선 전후에 적극 활용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야당 대표시절 럼스펠트 전 국방부 장관과 만나면서 이름값을 크게 올린 바 있다. 반대의 경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전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대표의 방미도 결코 예사롭지 않다. 복수의 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존 베이너 미 하원 의장을 비롯해 미국 내 유력 정치인과 면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29일(현지시간)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의 회동에 이어 서부지역 교민들과의 간담회도 계획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래전부터 기획된 이번 방미가 김 대표의 대권행보의 일환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3일 1주기를 맞은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워싱턴에서 미국 정가의 대표성 있는 인물과 면담이 거의 확정됐다. 반기문 총장과도 일정이 잡혔다”고 방미계획을 밝히면서 “정당 외교 차원에서 전부터 계획된 것이다. 미국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연방이고 형제국가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외교는 우리 정치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중대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김 대표의 방미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정치권에서 작지 않다. 메르스와 가뭄 대책을 위한 추경안도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고, 국정원 해킹의혹으로 정치권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노동개혁을 정치권 ‘아젠다’로 세우기 위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찬물이 될 수 있다. 즉 산적한 국내 정치현안을 두고 대권행보를 위한 방미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 올해 초 미 의회 연두교서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좌)과 악수하는 존 베이너 하원 의장(우). 존 베이너 의장은 김 대표의 이번 방미에서 반기문 총장과 함께 가장 핵심적인 면담 대상자다.
◇ 김무성의 방미 주요과제, 북핵·한일관계·공천개혁

그러나 김 대표가 이번 방미를 통해 국내외 정치적으로 직면한 세 가지 난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오히려 국내 정치상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제시되는 것은 북핵문제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협상 합의안에 대한 의회승인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이란 핵협상이 마무리되면 다음은 북핵문제가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6자 회담을 중심으로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북한은 여전히 문고리를 닫은 채 도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북핵문제에 해답 제시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여론을 전달하고 미국의 의중을 정치권에 반영하는 ‘메신저’ 역할만으로도 외교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외교적인 측면에서 대일문제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한일 경제협력이 중요한 화두임에도 일본은 안전보장법 강행, 독도영유권 주장 등 극우행보로 국내여론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 일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가 국내의 악화된 대일여론을 미국 의회에 충분히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오픈프라이머리’ 정착을 위한 동력 확보도 김 대표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인 불투명한 공천을 개혁하기 위해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시했지만 의견만 분분해 시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가 정착된 미국의 유력정치인들과의 회동으로 자연스럽게 공론화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번 방미 중간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이 김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방미는 경제와 안보 등 다양한 현안에서 대미 외교력을 검증받는 일종의 시험대”라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차기 유력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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