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20대 총선부터 적용되는 선거제 개편을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오는 4월부터 적용될 선거제도를 둘러싼 여야 간 셈법이 치열하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선거구 획정권한을 외부기관(선관위 산하)에 넘긴 만큼 선거제도 개편만이 손에 남았기 때문이다. 여야는 그 중 권역별 비례대표제·석패율제 도입 및 의원정수 확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다.

◇ 권역별 비례대표·석패율제, 어떤 제도?

전국에서 정당이 득표한 비율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 하는 현재 비례대표제와는 달리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권역을 설정, 비례 의석수를 할당하는 방식이다. 우선 인구 수 기준으로 전국을 다수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마다 의석수(지역구+비례)를 배정한다. 그 후 권역마다 정당득표에 따른 비례 의석수를 배분한다.

이는 이번 선거구 획정이 선거구간 인구편차를 줄이기 위해 실시되는 만큼, 지역 대표성 약화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야 모두 상대방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을 확보함으로써 영호남으로 분단된 정치현실을 타개하는 것과 더불어 소수정당의 영향력도 증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역을 넘어선 국회의원을 선출하자는 게 현재의 비례대표제인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오히려 비례대표에게 지역성을 부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국회의원 정원 300명을 유지한 상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은 지역구 의석수 감소를 동반하기에 의석수 증가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석패율제는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가 비례대표에도 동시 출마, 중복 출마자들 중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제도다. 이 역시 유권자의 표가 낭비되는 것을 막고, 지역주의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현역의원들에게 크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 두 제도 모두 야권 의석 수 확보에 유리

지난 19대 총선을 기준으로 정당별 비례대표 득표율은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이 텃밭인 PK(부산·경남), TK(대구·경북)등 에서 60-70%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광주·전남·전북 등에서 90%전후의 지지를 받았다.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배분한다면 야권의 의석수만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 국회 정개특위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19대 총선에 권역별비례대표를 적용할 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4석을 얻지만 TK·PK지역에서 10석 이상이 줄어드는 등, 총 141석으로 의석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호남지역에서 5석이 줄지만 TK및 PK지역에서 15석 이상을 확보, 야권 전체가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패율제도 새정치민주연합에 유리하긴 마찬가지다. 선관위 추산에 따르면 19대 총선에 석패율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14명, 새정치민주연합은 영남에서 44명이 비례대표 의원 자격을 갖는다.

◇ 새누리 ‘석패율제’ vs 새정치 ‘권역별 비례대표제’…속내는?

지난 4월 이미 당론으로 석패율제를 채택한 새누리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불편한 기색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둘 다 의석수 확보에 유리할 것은 없지만, 거대 양당 체제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무너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를 하면 결과적으로 다당제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정치의 근본 틀 자체가 바뀌게 되는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의원정수 확대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소수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되고, 이에 따라 정치적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두 좋은 제도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의원정수 확대 등의 방안을 언급, 판을 키워 흔드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는 지난 26일 5차 혁신안을 통해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당론 채택 및 현행 지역구 총원 246명을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늘려 총 369석으로 증원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국회 총예산 동결과 세비 50% 삭감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늘리자며 힘을 실었다.

문재인 대표 역시 지난 4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400명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 만큼 증원론을 반대하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27일 “현재 정수를 지키면서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로 가기 위한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비례대표제가 다당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다당제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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