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증시를 놓고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중국 증시 8% 넘게 폭락… 약발 떨어진 ‘부양책’
중국 증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간 상하이종합지수는 2배 넘게 올랐고, 6월 12일 5166포인트까지 치솟으며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출렁이기 시작해 7월 8일 3507포인트까지 추락, 3주만에 무려 30%이상 급락했다. 이 기간 중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3,700조원으로 그리스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이른다.
설상가상, 중국정부의 강력한 부양책마저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일,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며 폭락세는 잠시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고작 6거래일(16일~23일)만에 중국 증시는 ‘대폭락’하고 말았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48% 하락한 3725.56으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8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패닉 상태’에 빠진 중국 증시를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국제통화기금(IMF) 측이 중국 증시 부양책에 대해 철회 독촉을 한데 따른 여파로 보는 시각이 있다. 24일 블룸버그를 통해 “IMF가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 철회를 권고했다”고 보도하면서 투자심리 회복에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연구원은 “(올해 11월)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 심사를 앞두고 시장안정 조치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의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증권금융유한공사가 증시 부양을 위해 상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일부 대출자금을 전날 상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확산됐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4일 증시 안정화 조치 발표 이후 1조5,000억원 위안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진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다시 폭락한 데는 정부의 부양책 외에는 증시에 탄력을 불어넣을 요인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사실 주가란 거시적으로 볼 때 ‘기업실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의 상황이라면 주가가 내린다. 하지만 최근 중국증시가 오른 건 이 같은 실적과는 무관한 ‘돈의 힘’과 ‘중국 정책’ 탓이 크다. 중국 정부가 서둘러 더 많은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런 발언이 시장에는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은 결국 투자자 신뢰 추락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앰플 캐피털의 홍콩 소재 알렉스 왕 자산 운용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확신을 갖고 제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에버코어 ISI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 역시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이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니”라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주식 거래)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금융당국 “우리 증시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불안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을 비롯해 선전, 일본 닛케이, 한국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도 모두 동반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증권가는 그동안의 낙관론을 선회했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이 가격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시장의 생리”라며 “중국 증시는 이달 초 폭락한 35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역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 회의실에서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증시 급락 및 글로벌 증시 하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올해 급등한 중국 증시가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조정을 받는 것으로, 우리 증시에 구조적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 등 우리 증시에 단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국 증시 동향과 우리 증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폭락’으로 ‘검은 월요일’을 맞았던 중국 증시는 28일 정부 당국이 부양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2.56포인트(1.68%) 떨어진 3,663.00으로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