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금융 당국이 27일 증시 폭락에 관련해 부양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런 부양책은 오히려 증시 왜곡을 키우게 된다는 비관론이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조치로 증시가 지난 3주간 순조롭게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27일 상하이 선전 두 증시가 8%대로 폭락하면서 충격을 전세계 증시로 확산시켰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8.5% 급락한 3818.73을 기록했고, 선전 지수 역시 8.6% 빠진 3818.73으로 마감했다. 일일낙폭으로 2007년 2월 27일 이후 8년 5개월래 최대다. 안후이(安徽) 화이베이(淮北)시 증권거래소에서 한 남성이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화이베이(중 안후이성)=AP/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약발’이 다한 것일까. 중국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으로 잠시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가 다시 폭락하며 ‘대혼란’에 빠졌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8.48%나 폭락하며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루 낙폭으로는 2007년 2월 이후 최대치다.

‘공포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 증시를 놓고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중국 증시 8% 넘게 폭락… 약발 떨어진 ‘부양책’

중국 증시는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지난해 6월 이후 1년간 상하이종합지수는 2배 넘게 올랐고, 6월 12일 5166포인트까지 치솟으며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출렁이기 시작해 7월 8일 3507포인트까지 추락, 3주만에 무려 30%이상 급락했다. 이 기간 중국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3,700조원으로 그리스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6배에 이른다.

설상가상, 중국정부의 강력한 부양책마저 ‘약발’이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일, 중국 정부가 증시 안정화 조치를 발표하며 폭락세는 잠시 진정 기미를 보였지만, 고작 6거래일(16일~23일)만에 중국 증시는 ‘대폭락’하고 말았다. 2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8.48% 하락한 3725.56으로 마감했다. 하루 낙폭으로는 8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패닉 상태’에 빠진 중국 증시를 놓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국제통화기금(IMF) 측이 중국 증시 부양책에 대해 철회 독촉을 한데 따른 여파로 보는 시각이 있다. 24일 블룸버그를 통해 “IMF가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 철회를 권고했다”고 보도하면서 투자심리 회복에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 최성락 연구원은 “(올해 11월)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편입 심사를 앞두고 시장안정 조치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 한 남성이 27일 도쿄에 위치한 한 증권 회사의 전광판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8.5% 하락하며 3725.26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 증시 하락에 다른 아시아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사진=뉴시스)
◇ 외신들 “관치의 한계” 비판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부양책의 약발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증권금융유한공사가 증시 부양을 위해 상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일부 대출자금을 전날 상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확산됐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4일 증시 안정화 조치 발표 이후 1조5,000억원 위안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거의 소진된 것으로 알려진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다시 폭락한 데는 정부의 부양책 외에는 증시에 탄력을 불어넣을 요인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사실 주가란 거시적으로 볼 때 ‘기업실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반대의 상황이라면 주가가 내린다. 하지만 최근 중국증시가 오른 건 이 같은 실적과는 무관한 ‘돈의 힘’과 ‘중국 정책’ 탓이 크다. 중국 정부가 서둘러 더 많은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런 발언이 시장에는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의 시장개입은 결국 투자자 신뢰 추락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앰플 캐피털의 홍콩 소재 알렉스 왕 자산 운용 책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시장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면서 “(시장 논리에 따라) 확신을 갖고 제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에버코어 ISI의 중국 리서치 책임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 역시 블룸버그를 통해 “중국이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니”라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주식 거래) 시스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2038.81) 대비 0.29포인트(0.01%) 오른 2039.10,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751.04) 대비 5.80포인트(0.77%) 내린 745.24로 거래를 마친 28일 오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 금융당국 “우리 증시 영향 제한적”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 불안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증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홍콩 항셍을 비롯해 선전, 일본 닛케이, 한국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도 모두 동반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당국도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증권가는 그동안의 낙관론을 선회했다. IBK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이 가격을 이길 수 없는 것이 시장의 생리”라며 “중국 증시는 이달 초 폭락한 35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 역시 28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 회의실에서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 증시 급락 및 글로벌 증시 하락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올해 급등한 중국 증시가 경기 둔화 우려 등에 따라 조정을 받는 것으로, 우리 증시에 구조적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 등 우리 증시에 단기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중국 증시 동향과 우리 증시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폭락’으로 ‘검은 월요일’을 맞았던 중국 증시는 28일 정부 당국이 부양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하락폭을 줄였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2.56포인트(1.68%) 떨어진 3,663.00으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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