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에 강력한 노동개혁 의지가 읽히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 개선안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최연소 노동부 장관출신 이인제 최고위원을 노동시장선진화 특위위원장으로 선출했고, 김무성 대표는 방미 중 강연회에서도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동계와의 충돌을 앞두고 반드시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정부가 제시한 노동개혁안은 크게 두 가지로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로 요약된다.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지급 방식을 바꾸고, 단순 ‘저성과’ 인력에 대해서도 엄중한 요건에 따라 해고가 가능케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의 임금여력확보와 유연한 인력운용을 보장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총선 앞둔 노동개혁, 논의 시간 촉박

실제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저성장의 늪에 빠져있던 영국·독일·네덜란드 등 유럽국가들은 강력한 노동개혁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전례가 있다. 마이너스에서 0%대 성장을 거듭하던 국가들은 노동시장 개혁 성공 이후 현재 3~4% 이상의 견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럽의 노동시장 문제는 과도한 복지가 문제였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는 토양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오너중심의 기업구조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해고요건’ 완화는 사측에만 유리할 수 있다고 항변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민주노총은 올해 초 정부의 노동개혁을 거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상황이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기구도 출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존의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정치권의 관여 없이 노사의 입장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과 민주노총은 사회적대타협기구를 출범시켜 다양한 참여주체가 여러 의제를 한번에 논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노동개혁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경제주체들의 대결이면서 경제질서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담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공무원연금개혁 보다 매듭을 풀기 더 어려운 사안이라는 의미다. 무엇보다 하반기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바로 내년도 총선정국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양대노총 가입자만 180만에 달하고,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표’가 달려있다. 정치권에서 제대로 된 추진동력을 얻기 힘든 이유다.

▲ 퇴임 이후 만난 대처 수상과 레이건 대통령. 두 지도자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에 착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AP/뉴시스>
◇ ‘철의여인’ 대처 수상의 영국식 노동개혁 모델 ‘주목’

이 대목에서 주목받는 것은 마가릿 대처 수상의 영국식 노동개혁 모델이다. 80년 초 아르헨티나와의 포틀랜드 전쟁에서 승리한 대처 수상은 여세를 몰아 광업·철도노조 개혁에 착수했다. 파업 가능 정족수를 늘리고 타 사업장 노조들의 ‘동행파업’을 법으로 금지시켰다. 아울러 우리의 ‘음서’제도와 비슷한 채용제도인 노조의 ‘클로즈드 샵’을 폐지시키기도 했다. 영국 노동계의 강한 반대가 있었지만 대처 수상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정면돌파를 감행한 바 있다. 대처 수상을 ‘철의여인’이라고 칭하기 시작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처 수상을 존경한다고 한 대목이기도 하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정부주도의 노동개혁은 이후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시도했고, 최근에는 총선승리로 보수당 단독내각구성에 성공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사회적 합의도 중요하지만 개혁에는 어떤 경우에도 성장통이 반드시 동반되는 만큼, 어설픈 합의보다는 확실한 제도정착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내 노동개혁의 선봉장을 맡고 있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현재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은 고강도의 개혁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는 강력한 지도력을 동력으로하는 개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강행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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