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대표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스페셜 올림픽 경기에 참석해 한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귀국길에 오른 김무성 대표는 4일 새벽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파격적인 방미 행보로 주목받았던 김무성 대표가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4일 새벽 귀국할 예정이다. 방미기간 동안 한미우호관계를 증진시키고 안보보수의 이미지를 대내외에 각인시켜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 국내정치만 하고 왔다는 빈축도 나온다.

지난달 25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무성 대표와 방미수행단은 진용부터 위세가 대단했다. 전·현직 외교통 국회의원 11명에 취재기자단만 30명이 넘었다. 통상 대통령의 외국방문에 40여 명의 취재기자단이 따라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대표 수준을 훨씬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려한 진용만큼 행보도 폭넓었다. 방문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용사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 김무성 대표는 교민들과 만나 타국생활의 고초를 위로하기도 했다. 27일부터는 본격적인 외교행보에 나섰다. 미국 정가의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를 방문해 북핵문제에 대한 창의적 대안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케빈 맥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 다양한 인사를 만나 한미관계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 대내외 보수아이콘 자리매김, 대구경북·보수층 지지율↑

바쁜 와중에서도 경제인 챙기기를 빼놓지 않았다. 워싱턴 DC에서의 공식 외교일정을 마친 김 대표는 뉴욕에서의 첫 일정으로 ‘경제인 챙기기’에 나섰다. 30일 뉴욕 예일클럽에서 한국기업 뉴욕지사 기업인들과 오찬을 가진 김 대표는 “나는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친기업 성향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날 콜럼비아 대학 강연에서도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기업 경영여력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터였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안보보수를 강조한 행보다. 첫 일정으로 워싱턴DC에 있는 보훈용사촌을 찾은 김 대표는 참전용사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대한민국의 은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월턴 워커 미 8군 사령관의 묘를 참배한 자리에서는 자신의 손수건으로 직접 닦으며 “아이고 장군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아울러 방미기간 내내 미국이 한국의 ‘유일동맹’임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국보단 미국”이라는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국내에서 국정원 해킹의혹 등 안보이슈가 한창인 가운데, 김 대표의 행보는 보수층 지지를 결집시키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더300>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발표한 차기대권 적합도에서 김 대표는 28.1%의 지지로 1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6월 말 조사와 비교해 대구·경북(21.8%→40.3%)과 보수층(40.0%→54.3%)에서 지지율이 대폭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 유·무선 병행 RDD방법,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4.6%>

▲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만난 김무성 대표. 김 대표의 이번 방미는 전현직 외교통 국회의원 11명과 취재기자단 30여명이 동행하는 등 여당대표 수준을 넘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위용을 과시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정국과 국정원 해킹의혹 등으로 보수층의 불안한 심리를 김 대표 일인에게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발언에서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나쁘게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적으로 보수의 아이콘에 자리매김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 ‘과공비례’ 등 외교무능 드러냈다는 비판도…

다만 새정치연합 등 야권에서는 김 대표가 정당외교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아울러 큰절외교 등 지나치게 예의를 차린 것에 대해서도 과공비례 논란이 거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정치연합 최재천 의원은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외국에서도 완전히 국내정치에만 골몰했다”면서 “친미와 저자세 외교로 속내와 셈법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외교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망각해 명백히 국익을 훼손했다”고 꼬집었다.

27일부터 31일까지 김 대표의 방미 기간에 실시됐던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는 김 대표의 지지율이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21.2%의 지지를 얻은 김 대표는 5주 연속 1위를 굳건히 유지했지만 지난 주 조사에 비해서는 2.8%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성인남녀 2,500명 대상으로 유무선 병행 전화면접 및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였고, 전화면접 응답률은 18%이고 자동응답 방식은 5.4%>

이에 대해 리얼미터는 “미국 방문 중 ‘미국 국립묘지 큰절 과공 논란,’ ‘중국보다 미국’ 발언 등 파격적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며 방미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이 하락의 원인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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