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에 조성 중인 광주전남공동(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전력 신사옥은 16개 이전 공공기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한전은 30대 공기업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2012~2014년까지 3년 간 1만9,000여명의 직원에게 총 8,968억9,200만원의 성과급을 나눠줬다. (사진=나주시 제공)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공기업·공공기관(이하 공기업)의 성과급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 논란의 핵심의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 천문학적 ‘빚더미’에 올라 있음에도 직원들은 대규모 성과급을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마 위에 공기업들은 “기획재정부 기준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 ‘108조 부채’ 한전, 성과급 8,968억… 공기업 ‘1위’

2일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2014년까지 3년 간 전국 공기업 30곳 임직원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총 3조4,985억원에 달했다. 직원 성과급으로 총 3조4,909억원, 기관장 성과급은 총 76억3,000만원씩을 지출했다. 직원 1인당 연평균 성과급은 1억4,000만원, 기관장 1인당 8,400만원에 달한 셈이다.

공기업별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철도공사는 2012년부터 2014까지 총 4,857억여원의 성과급을 기관장과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같은 기간 3,394억여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376억여원을 성과급으로 썼다.

특히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은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2012~2014년까지 3년 간 1만9,000여명의 직원에게 총 8,968억9,200만원의 성과급을 나눠줬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가 천문학적 규모라는 점이다. 조사 대상인 30개 공기업의 총 부채는 2014년 결산기준으로 429조3,216억원에 달한다. 한해 국가예산을 훨씬 넘는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성과급 지급 1위를 기록한 한전은 2014년말 기준 부채규모가 108조8,833억원으로, LH(137조8,80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황이다. 이 두 곳의 부채규모는 전체 30대 공기업의 57.4%에 달한다.

▲ 전국 30개 공기업 재무현황(단위: 억원) / 자료=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실, 기획재정부 제출.
◇ 공기업 “기재부 결정, 억울하다”

이에 대해 공기업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은 기획재정부에서 정해준 기준에 따라 지급할 뿐인데 마치 빚더미에 있으면서 돈잔치를 벌이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곤혹스럽다는 것이다.

실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시장형 14곳, 준시장형 16곳 등 공기업 30곳을 비롯해, 준정부기관 86곳, 기타공공기관 200곳을 지정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경영평가를 시행한다. 기재부는 사전 정해진 평가지표(20여개)를 통해 ‘경영효율성’과 ‘주요사업 추진 성과’를 종합하여 평가한다.

경영평가는 S-A-B-C-D-E의 6등급으로 나뉘며, 보통 C등급 이상인 경우 각각의 등급에 맞는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B등급(공기업 직원)의 경우 월기본급의 180%, C등급의 경우 120%를 차등 지급하는 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공기업 및 공공기관들은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면서 “경영평가는 경영효율성과 기관의 고유사업 등에 대해 이뤄지며, 이를 합산해서 종합등급을 매긴다. 쉽게 말해 부채를 줄이는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 전년 대비 경영성과가 얼마나 이뤄졌는냐 등을 종합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 1년 기간 동안 향상도가 있다면 이에 따른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공기업에 대한 성과급 문제로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공기업의 성과급과 사기업의 성과급은 개념부터가 차이가 있다”면서 “사기업은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이윤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지만, 공기업은 실적과 더불어 부채관리, 경영효율성 등 기관 경영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통해 그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식이다. 부채 총액만으로 성과급 평가를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공기업은 천문학적인 부채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공기업 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만큼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 통해 국민혈세 낭비 막아야 한다.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제도 및 성과급 지급방식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사진=뉴시스)

◇ 내부성과급까지 챙기는 공기업, 성과급 지급방식 전면 재검토 필요

하지만 이노근 의원 측은 기재부의 ‘경영평가제도’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기관에 대한 평가는 나빠도 기관장 평가는 좋게 나오는 등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지난해만 1조6,0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고, 부채 역시 18조5,000여원을 떠안고 있지만 지난해 기관장(사장)에게는 3,900만원, 직원들에겐 평균 1,700만원씩 성과급이 지급됐다. LH공사 역시 최근 3년간 100조원이 넘는 부채 등으로 기관평가에서는 B, C, D 등급을 차례로 기록했으나, 기관장 평가에서는 2012년, 2013년 2년 연속 A등급을 받아 두 해 동안 120%의 기관장 성과급(약 1억2,000만원)의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기관평가와 기관장 평가가 일치하지 않는 곳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노근 의원은 기재부의 경영평가에 따른 성과급도 문제지만, 공기업 내부기준에 따른 성과급 지급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내부 평가에 따른 성과급’은 기재부에서 관여하지 않는다. 공기업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해 지급한다. 기재부의 경영평가 등급이 낮더라도 내부성과급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경영평가 성과급과 더불어, 내부기준에 따른 성과급까지 챙길 수 있게 된다. 실제 상당수 공기업들은 경영평가 하위등급에도 불구하고 내부기준에 따른 ‘경영 외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노근 의원이 발표한 공기업 성과급 총액은 이 같은 내부 성과급이 포함된 규모다.

이노근 의원은 “공기업은 천문학적인 부채 속에서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서 “특히 기관평가는 나빠도 기관장 평가는 좋게 나오는 등 경영평가제도 역시 부실 운영되고 있다. 공기업 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만큼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손질 통해 국민혈세 낭비 막아야 한다. 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제도 및 성과급 지급방식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어마어마한 부채에도 성과급 지급규모 1위를 기록한 한전 측은 과도한 성과급 잔치에 대한 비판에 대해 “답을 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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