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난데없이 불거진 롯데가(家) 집안싸움은 상당한 파문과 충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껌은 물론 과자와 음료에서부터 백화점, 마트, 영화관, 놀이공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친숙했던 ‘롯데’의 실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지분으로 롯데그룹 전체를 손에 쥔 채 볼썽사나운 갈등을 벌이는 것이 분노를 일으킨다면, 한국말을 못하는 ‘장남’과 한국말에 서툰 ‘차남’의 모습은 묘한 배신감과 같은 충격을 안겨준다.

▲ 신동빈 롯데 회장.
◇ 출생부터 학교, 병역, 결혼까지 쏙 빼닮은 시게미쓰 부자

이런 가운데 시게미쓰 아키오, 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녀들도 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일본인 여성과 결혼한 신동빈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장남 신유열(29) 씨와 신규미(27), 신승은(23) 씨 등이다.

사실 신동빈 회장의 자녀들은 베일에 가려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세 자녀 모두 일본에서 태어나 줄곧 일본에서 생활했다. 또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의 지분도 전혀 보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극히 일부 드러난 자녀들의 행적은 아버지의 과거와 거울처럼 일치한다. 이는 훗날 롯데그룹을 이끌 3세 경영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장남 신유열 씨는 일본의 명문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을 졸업한 뒤 콜롬비아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밟았다. 초·중·고등학교가 어딘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아오야마가쿠인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아오야마카쿠인 초·중·고를 거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의 명문 사립 학교법인인 아오야마가쿠인은 부자집 자제들이 다니는 학교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 도쿄의 노른자위 땅인 아오야마에 위치한다. 신동빈 회장 역시 아오야마가쿠인 초·중·고를 거쳐 대학까지 입학했다. 또한 신동빈 회장 역시 콜럼비아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수료했다. 신동빈 회장의 콜럼비아대학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젊은 시절 롯데의 지붕 밖에서 수련하고 있는 점도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씨의 공통점이다. 이는 “다른 사람 밑에서 월급을 받아봐야 한다”는 신격호 회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노무라증권에서 일반 사원으로 일하다 1980년대 후반이 돼서야 롯데그룹에서 데뷔했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역시 젊은 시절 미쓰비시 상사에서 근무했다.

신유열 씨 역시 아버지가 거친 노무라증권 소속이다. 또한 장녀 신규미 씨는 일본의 한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막내 신승은 씨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역시 롯데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신유열-신규미-신승은 남매 역시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장남 신유열 씨의 경우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밟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신동빈 롯데 회장.
◇ 롯데는 정말 한국기업일까?

신유열 씨가 아버지의 발자취를 쫒는 것은 단순히 학력과 경력만이 아니다. 한국에서 경영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국적과 이와 관련된 군 복무 문제도 쏙 빼닮았다.

신동빈 회장은 1955년 출생 당시 한국과 일본에 모두 호적을 등록했다. 당시 국내법에 의하면 외국 국적 취득 시 한국 국적은 자동으로 박탈됐다. 때문에 신동빈 회장은 이후 40년 넘게 일본 국적으로 살아왔고, 자연스레 군 복무도 피했다.

신동빈 회장이 다시 한국인이 된 것은 1996년, 42살 때다. 1990년부터 한국 롯데에서 일하기 시작한 신동빈 회장은 원만한 경영활동을 위해 일본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재차 취득했다. 이때부터 한국 롯데는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맡는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여전히 한국 국적이 아니다.

신유열 씨 역시 현재 일본인이다. 따라서 병역 의무가 없으며, 앞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해 군 복무를 마칠 가능성도 극히 낮다. 하지만 장차 롯데의 3세 후계자 과정을 밟아 나가고, 병역 의무가 사라지는 나이가 되면 한국 국적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본 여성을 배우자로 맞은 것 또한 같다. 신유열 씨는 지난 3월 하와이에서 일본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신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극히 드물지만, 같은 콜롬비아대학원 출신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회장의 아내이자 신유열 씨의 어머니 역시 일본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985년 오고 마나미 씨와 결혼했다. 일본 굴지의 건설사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 딸이며, 전통의 귀족가문 출신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과 결혼하기 전 일본 황실의 며느리로도 거론된다. 그런 마나미 씨를 신동빈 회장과 연결시켜 준 것은 후쿠다 다케오 전 일본 총리다. 그는 신동빈 회장 결혼식의 주례를 맡기도 했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과 똑같은 신유열 씨의 행적은 온통 일본 일색이다. 장차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등장하게 될 그이기에 롯데그룹의 정체성엔 더욱 의문부호가 붙는다. 신동빈 회장은 ‘매출 95%’를 근거로 롯데가 한국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일생은 물론 아들의 행적까지, 국민정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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