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그동안 쌓아온 손실을 2분기에 대거 반영하며 최악의 어닝쇼크를 맞은 대우조선해양이 고재호 전 사장에게 거액의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적자가 상당한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책임경영’에 눈감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8억원이 넘는 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손실 폭탄 터진 대우조선해양

조선업계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왔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쓰나미 같은 대규모 적자를 맞았다. 그간 반영하지 않은 채 쌓아두었던 손실이 대거 적용되면서 무려 3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매출액 1조6,564억원, 영업손실 3조318억원, 당기순손실 2조3,916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어닝쇼크를 이어오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일정한 실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속으로는 점점 더 곪아가고 있었고, 결국 신임 정성립 사장이 취임한 뒤 환부가 드러나고 말았다.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3조원대 적자는 지난 수년간 쌓인 손실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저가수주와 무리한 해양플랜트 경험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재임한 고재호 전 사장은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이를 두고 지난 3월로 임기를 마친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노리고 손실을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만한 손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낮다”며 “설사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밝힌 고재호 전 사장의 상여금 지급 및 산출 배경.
◇ 손실 방치한 고재호 전 사장, 상여금만 3억↑

그런데 이처럼 회사를 망가트린 고재호 전 사장은 지난해 무려 8억8,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가 5억2,800만원, 상여금이 3억6,100만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수익성, 성장성, 생산성 등으로 구성된 계량지표와 경영관리, 장기발전기반, 자회사관리, 위험관리, 경영관리협력도로 구성된 비계량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연간 지급 기본급의0%~80%내에서 상여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계량지표에서는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이 전년 대비 증가한 점을 고려했다”며 “비계량지표에서는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발전기반을 마련했고, 회사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관리 및 경영관리협력이 원활하였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성과급 산출 배경을 밝혔다.

고재호 사장은 지난 2013년에도 총 8억1,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이때도 상여금이 2억8,700만원 포함돼있다.

문제는 고재호 사장이 대규모 손실을 방치한 결과가 엄청난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만원대를 넘나들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현재 6,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임금협상에서 사측의 임금동결 및 복지축소안을 받아든 노조는 무책임한 책임전가에 반발하며 총파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현장 관계자는 “눈속임 경영을 해놓고 그걸로 수억 원의 상여금을 챙긴 것 아니냐”며 “결국 그 짐은 다 현장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너무 무책임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고재호 사장은 적잖은 퇴직금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공식 퇴임한 고재호 사장의 퇴직금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손실 폭탄’을 방치한 채 매년 수억 원의 급여를 수령해온 고재호 사장의 퇴직금이 공개되면 ‘무책임경영’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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