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번번이 '안보' 문제로 좌절됐던 롯데타워 신축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롯데그룹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사정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전 정권에 대한 비리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업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기업이 다름 아닌 롯데그룹이기 때문이다.

신호탄은 대표적인 보수언론 <조선일보>가 올렸다. 지난 5일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권 이후 롯데는 여러 가지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는 박영선 의원의 말을 인용하면서 “롯데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이명박 정권과의 정경 유착 의혹으로 번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불을 지폈다.

7일에는 조금 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제2롯데월드 인허가에 반대하다가 임기를 6개월 앞두고 교체된 K모 공군참모총장의 인터뷰를 실은 것. K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제2롯데월드는 위험 요소를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악천후와 기체 결함, 조종 미숙 등으로 컨트롤이 약간만 안 돼도 국가적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롯데의 수상한 성장, 이명박-신격호 정경유착 의혹 재점화

특히 K 전 총장은 “국가 경제도 중요하지만 안보는 생존과 직결된다. 그런데 한 대기업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국가 안보 시설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국익’ 차원에서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당시 호텔롯데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 동기였다. 임기 시작 두 달이 됐을 때 MB는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 회의에서 대놓고 국방장관을 질책했다”며 “당시 (롯데월드 승인) 결정 과정에 누가 개입했고, 무슨 발언을 했으며, 배후에 어떤 힘이 작용했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와 이 전 대통령 사이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 이명박 정권 당시 롯데그룹은 폭발적인 매출성장을 이뤘다. 43조였던 매출은 5년 사이 83조로 2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이명박 정권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2롯데월드 건축승인 건이 대표적이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87년부터 구상한 최대 숙원사업으로 김대중 정권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나 ‘안보’ 문제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군사목적의 서울공항과 건축예정지가 불과 5km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555m의 고층건물이 들어설 경우, 공군의 작전수행에 방해가 됐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것이 바로 이 전 대통령이다. 서울공항의 활주로를 3도 트는 것으로 안전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한 이 전 대통령은 건축 인허가를 밀어붙였고, 신 회장은 첫 삽을 뜨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은 맥주사업, 부산롯데타운,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등 굵직굵직한 사업권을 따내며 승승장구 했다.

롯데의 본격적인 골목상권 침해가 시작됐던 시기도 이명박 정권 때다. 유통공룡으로 통하는 롯데는 롯데마트와 하이마트 등의 입점을 필두로 재래시장의 상권을 야금야금 침탈했다. 아울러 ‘엔젤리너스’, ‘포숑’, ‘롯데브랑제리’ 등의 브랜드를 론칭하며 커피와 제빵업계 진출도 시도했다.

◇ 재벌개혁 논의 물타기? 우려의 시각도…

매출은 수직상승했다. 2008년 43조였던 롯데그룹의 매출은 2010년 61조를 찍더니 2013년에는 83조로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100% 가까운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그 사이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생업을 이어왔던 자영업자들은 모두 무너졌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오죽하면 ‘롯데는 소상인들의 눈물을 모은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다만 이번 롯데에 대한 정부의 사정의 초점이 전 정권과의 유착관계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무려 416개의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고리를 끊어 재벌들의 ‘황제경영’ 문제를 근절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게 야당 일각의 주장이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비호가 드러난다면 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경유착으로 여론이 모아질 경우 롯데 사태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 정권의 국정동력이 흔들릴 때 가장 유혹적인 카드는 전임 정권에 대한 사정수사”라며 “휘발성이 큰 이슈이기 때문에 야당은 물론이고 국민적 관심을 돌릴 수 있어, 현 정부가 계획하는 4대 개혁과제의 동력으로 삼기에 매력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