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이 상생방안을 마련키 위해 논의에 들어갔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한 휴대폰 판매 대리점.<출처=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단통법을 계기로 이동통신유통점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일각에선 혼탁했던 이동통신 유통구조가 투명하게 변화하는 과정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그 과정에서 영세 판매업자들은 폐업의 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당국은 상생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이동통신사와 유통점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 기형적 구조 하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유통점

국내 이동통신 유통점은 기형적인 휴대폰 유통구조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들은 가입자에게 휴대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가입자를 유치하는 판매점과 대리점에게 정책장려금과 모집수수료, 관리수수료, 제조사 장려금 등 각종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동통신 3사는 과열경쟁으로 한해 수조원대의 마케팅비를 지출했고, 지난해 기준 전국 이동통신 판매점은 2만168곳(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집계 결과, 대리점 제외)까지 증가했다. 이는 국내 편의점(지난해 말 기준 2만5,000여개)보다 적지만 주유소(2014년 11월 기준 1만2,498개)보단 월등히 많은 수치다.

이와 관련해 논란이 된 부분은 이통사들과 제조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기존 가입자들의 요금상승과 고가의 단말기 출고가로 전이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은 ‘치고 빠지기식’ 불법 보조금 지급영업을 하면서 신규가입·번호이동·기기변경 고객 간의 차별논란도 야기시켰다.

◇ 단통법 시행에 유통구조조정 본격화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을 실시했다. 즉 애초부터 단통법 실시는 유통점의 구조조정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다. 골목마다 난립한 판매점이 이통사와 제조사들의 음성적인 보조금 및 마케팅비용 지출에 따른 것인 만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선 유통점의 구조변화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문제는 변화의 희생이 유통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통법 실시 이후에도 이통사들의 실적은 늘어난 반면 중소 유통점은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올해 2분기 기준 KT와 LG유플러스는 당기 순이익으로 각각 직전분기 대비 40.6%, 33.1%씩 증가한 4,061억원, 1,18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SK텔레콤은 지난 4월 특별퇴직 시행의 영향으로 직전분기 대비 21.57% 감소한 2,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KT 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이동통신 판매점 수는 단말기 유통법 이전에 비해 약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에 상응한 요금할인 강화 등의 정책으로 소비자들은 굳이 판매점을 찾을 이유가 없어진 탓이다.

또 생존에 내몰린 유통점들 중 일부는 불법보조금 지급이라는 수단을 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녹록치 않았다. 불법보조금 지급 신고 시 최대 1,000만원을 포상하는 폰파라치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통사들이 서로 폰파라치 제도 등을 악용해 경쟁관계에 있는 중소 유통점의 불법행위 증거를 수집케 하고, 감시 실적이 부진할 시 불이익을 준다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 방통위 “원칙은 자율협약에 맡기는 것”

이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이통사와 유통협회가 상생방안을 자율적으로 마련토록 조율에 들어갔다. 불법 보조금 살포 등으로 교란된 휴대폰 시장을 투명화 하는 게 목적이긴 하지만 건전한 유통점은 살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방안으로는 이통사 직영점의 출점 제한과 주말영업 금지, 추가 지원금 제한 등이 논의되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시행 중인 대형마트 및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제한 및 의무휴업일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이동통신사들의 입장에선 상생방안 마련이 제살 나눠주기인 만큼 지연될수록 득이 된다. 특히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모두 온·오프라인 직영점 강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키워온 만큼 상황이 달라졌다고 유통점을 외면한다면 무책임함의 극치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안돼서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급적이면 시장 자율에 맡기겠지만 조율이 안되면 (방통위 개입이) 논의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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