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군의 목함지뢰 사건과 관련,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의 해명이 엇갈리면서 또다시 컨트롤타워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 이어 또다시 청와대 컨트롤타워 논란이 불거졌다. 북한 지뢰도발 사건에서 보고내용과 그 시기를 두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의 해명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대통령이 경원선 기공식에 참석하고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있었다는 점에서, 긴박한 위기상황에서 정무적 판단능력이 결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공교롭게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더욱 증폭됐다.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 질의자로 나선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4일 지뢰도발이 있었는데, 5일에는 경원선 복원사업 기공식이 있었고 이희호 여사 방북이 있었다. 통일부에서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뭔가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청와대 보고 시점을 캐물었다.
 
보고시점 두고 엇박자 낸 청와대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이에 대해 한민구 장관은 자세한 보고 시점은 모른다고 답을 회피했다. ‘장관이 보고를 하지 않으면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보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 소행이라는 것을 언제 알았느냐고 재차 묻자 “4일 저녁, 현장부대 감식결과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고 상부에 보고했다고 답했다. 이후 유 원내대표는 NSC가 사건 발생 나흘 후인 8일에서야 열렸다는 답을 듣자 청와대와 NSC 뭐하는 사람들이냐, 정신 나간 짓 아니냐며 폭발했다.
 
파문은 작지 않았다. 한 장관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청와대는 4일 저녁에는 북한의 도발이라는 점을 인식했다는 의미가 된다. 북의 도발로 추정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중요인사인 이희호 여사 방북을 방치하고,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인 경원선 복원 기공식에 대통령 참석일정을 강행한 셈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에 대해 한 장관은 상부에 보고를 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박을 병행한다는 차원에서 통일부에서 계획된 조치를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즉 사안의 내용을 청와대는 알고 있었고, 남북현안에 대해 계획된 일을 강행하는 것으로 선택을 한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은 달랐다. 4일 오전 10미상의 폭발물로 우리 장병 2명이 부상당했다는 최초보고는 받았으나,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은 5일에 받았다는 것이다. 보고받은 시각도 통일부가 남북한 고위급 회담을 접수한 이후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았다. 4일 오후에 보고했다던 한 장관은 청와대 해명이 나오자 기억에 의존해서 (대답)하다 보니 실수가 있었다며 청와대의 해명이 정확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 청와대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책임론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김관진 실장의 정무적 판단능력을 의심했고, 정두언 의원은 김 실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 청와대 위기관리 능력
 의문’, 김관진 책임론 대두
 
이 같은 청와대의 해명에 대해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의원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설사 청와대의 해명이 100%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위기상황에 대한 정무적 판단능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3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한 하태경 의원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사건 직후 북한소행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더라도 군생활을 그렇게 오래하신 분이 직감적으로 모를 수 없다. 모른다면 정말 군생활을 엉망으로 한 것이라며 청와대 안보라인이 북한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 ‘화해적인 제스처는 중단해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을 해야 했는데 그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이날 의총에 참석해 북한 지뢰도발사건 과정에서 우리 군의 대응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으나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정시스템은 또다시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사태의 책임을 물어 국가안보실장 사퇴를 촉구한다고 힘줘 말했다.
 
나아가 야당의원들은 같은 날 오후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성명을 발표,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후덕, 진성준, 권은희, 김광진 의원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함지뢰가 터져 우리 병사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을 때 군 최고 통수권자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범정부적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고 청문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진성준 의원은 이번 사태는 제 2의 메르스 사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청와대는 컨트롤타워임을 부인했는데, 도대체 청와대는 무엇을 컨트롤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국가안보가 비상에 걸린 상황에서도 청와대가 컨트롤 타워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컨트롤타워 논란이 재점화되자 친박계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갖추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북한의 도발이 확실한 상황에서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막말이나 격분된 발언을 통해 국론을 분열 시키는 것은 우리 군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아군진지에 대해 설탄을 쏘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최고위원은 정치권의 비판과 감시, 견제의 기능도 중요하지만 매사는 때가 있다”며 정치권은 차분하게 군의 대응을 지켜보고 때가 되면 분명하게 잘못을 잡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적절한 시기가 아님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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