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박기춘 의원이 구속을 앞두고 있다. 그는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총 7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실상 박기춘 의원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분양대행업체 대표로부터 총 7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지난 10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데 이어 내년 20대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체포동의안 표결이 열린 13일 신상발언을 자처해 “30여년의 정치여정을 이제 접는다”고 밝혀 정계은퇴를 시사했다. 그리곤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남양주’를 언급하면서 울먹이던 그는 발언을 마친 뒤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체포동의안에 대한 동료 의원들의 표결 결과는 찬성으로 집계됐다. 총 투표수 236명 가운데 찬성 137표, 반대 89표, 기권 5표, 무효 5표로 가결됐다. 이를 미리 예상한 듯 박기춘 의원은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한 표를 행사한 뒤 표결이 진행된 본회의장을 일찍이 떠났다. “오늘로 마지막일 것 같다”던 그는 본회의장을 떠나기 전 여야 의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는 두 팔을 벌려 포옹을 했다. 

◇ 남양주에서 법원 심문 준비 “도주할 곳 없어”

이후 박기춘 의원이 향한 곳은 경기도 남양주다. 앞서 그는 “지금까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평생 고향인 남양주를 떠난 적 없는 제가 어디로 도주하겠나” 반문하며 불구속 수사를 호소해왔다. 결국 박기춘 의원은 영장실질심사까지 남은 기간 동안 남양주에 머물며 법원 심문에 준비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7일~18일로 예상되고 있다. 피의사실이 자명한 만큼 박기춘 의원의 구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박기춘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뜨거운 포옹을 나눠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 박기춘 의원의 변호인 측도 무죄 입증보다는 형량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11일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박기춘 의원에게 적용될 혐의가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지 뇌물수수가 될지 모른다”면서도 “뇌물수수가 적용될 경우 액수 대비 1억원당 징역 1년이 예상되는 만큼 형량이 무겁다. 때문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전망이 밝진 않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기춘 의원이 이번 사건에서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다”며 실형 선고 가능성에 입을 모았다. 박기춘 의원이 검찰에 자수서까지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감형을 받기 위한 자수로 해석한 것. 물론 박기춘 의원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부끄럽고 부끄럽다”면서 “제 자신과 가족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왔다.

구속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사실 박기춘 의원은 이전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고졸 학력 콤플렉스를 토로할 만큼 다른 정치인과 달리 학력이나 경력 등 스펙이 화려하지 않았지만 정무능력과 기획력을 인정받아 30대 초반의 나이로 13~14대 국회 입법보좌관으로 발탁된 이후 정치권을 떠난 적이 없다.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다. 당시 제4대 경기도의원에 출마해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캠프에서 활동하며 당선을 도왔다. 이를 발판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남양주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그는 원내사령탑에만 두 번 올랐다.

무난한 성격으로 동료 의원들과 두루두루 친분을 쌓아왔다. 특히 박지원 의원과 가까운 사이다.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문제로 당내 혼란이 일었을 당시 박지원 의원이 문재인 대표에게 사무총장으로 추천한 인사가 바로 박기춘 의원이었다. 비록 비주류에 속했으나 개인 의원들과는 유대관계가 좋았다. 체포동의안에 반대표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상대진영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위한 본회의에서 박기춘 의원의 눈물자국을 닦아주며 재판 과정을 조언해주기도 했다.

박기춘 의원은 최근 검찰 수사로 국회 업무를 모두 중단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오직 땀과 눈물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회고한 그는 “더 이상 우리 국회가 저로 인해 비난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말을 남기고 국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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