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과 사죄 진정성에 의문

▲ 아베담화 발표하는 아베신조 일본총리 <사진=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4일 오후 발표된 종전 70주년 아베담화에는 95년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핵심 키워드가 모두 포함되기는 했다. 그러나 주체인 일본은 슬그머니 빼고, “침략이나 전쟁이 분쟁해결 수단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는 식의 당위적 표현에 그쳤다.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핵심 키워드는 ‘식민지배’, ‘침략’, ‘반성’, ‘사죄’다. 이번 아베담화를 앞두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과 일본 내 여론은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계승한다면, 4개 핵심 키워드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이 같은 압박에 일단 4가지 키워드는 모두 포함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사죄를 표명해왔다’, ‘민족 자결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계가 되야한다’는 식으로 교묘하게 둘러 표현하면서 진정성에 의혹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사변, 침략, 전쟁 등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식민지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의 권리가 존중받는 세계가 되야 한다”고 당위적인 입장에서 표현했다. 마치 일본의 행위가 아닌 제 3자로서의 일반론을 이야기하는 뉘앙스다.

뿐만 아니라 과거사 사죄 부분에서도 “우리나라는 2차 대전을 일으킨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반복해 표명해왔다”고 과거형으로 일관하면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는 것”이라고 직접적인 사죄는 피했다.

무엇보다 위안부에 대해서는 “전쟁의 그늘에서 명예와 존엄에 상처를 받았던 여성들이 있었다”면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각의 인생과 꿈,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단장의 념’을 금할 수 없다”고 힘겹게 돌려서 말했다. 그러면서도  ‘위안부’를 만들고 고통을 안겨줬던 주체가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은 일언반구 없었다.

전쟁의 배경에 대해서도 “세계공황이 발생하고 구미 여러나라가 식민지경제를 둘러싼 경제 블록화에 나서면서 일본 경제가 많은 타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심한 고립감을 느껴 견딜 수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일본은 국제사회가 희생을 치르며 구축한 ‘새로운 국제질서’에 ‘도전자’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섰다는 의미를 전달했다.

이번 아베담화는 4,000여자 분량으로 여느 일본 총리의 담화보다 많았다. 가장 모범적으로 평가받는 무라야마 담화에 비해서도 3배나 많은 양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은 없이 둘러서 표현한 내용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결과적으로 진정성에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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