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친노계의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친노계는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그간 강조해왔던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딸의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빚어진 특혜 의혹에 대해 부인하던 그는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사과의 메시지를 전했다. “부적절한 처신을 깊이 반성”하고, 논란이 된 딸의 채용 문제는 “회사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했다.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딸의 채용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이 도리어 뒷말만 남긴 셈이다.

윤후덕 의원의 예상치 못한 돌발 사건으로 당내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특히 친노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윤후덕 의원이 대표적 친노계 인사로 분류되면서 그를 향한 비난 여론이 친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 친노계 도덕성 타격… 대선 전열 정비 차질로 고심

실제 윤후덕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경기도 파주시갑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으로 ‘선수’가 짧지만, 친노계에선 입김이 적지 않다. 노무현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서 기획조정비서관과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부실장을 맡아 선거를 도왔다. 대선 과정에서 당내 친노의 장악 논란이 제기되자 이른바 ‘3철(양정철·이호철·전해철)’을 포함한 8명의 친노 인사들과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하기도 했다.

▲ 윤후덕 의원이 딸의 대기업 채용 과정에서 빚어진 특혜 의혹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은 친노계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따라서 윤후덕 의원이 문재인 대표와 가까운 만큼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친노계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도덕성에 균열이 생겼다. 여기에 대선의 전초전으로 통하는 내년 총선을 불과 8개월여 앞두고 적군에게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 당 안팎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공천씨름을 앞둔 당내 비주류의 반감도 예상된다. 비주류 진영에서 문재인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며 세력화에 나섰던 터라 친노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뿐만 아니다. 대선 전열 정비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의 대선 후보를 가릴 예비경선을 준비하기 위해선 내년 총선에서 우호세력들의 당선이 우선시된다. 실제 친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차기 대선을 위해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당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윤후덕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혁신위는 비리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공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했다.

물론 친노계에선 윤후덕 의원의 공천이 불발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원칙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표의 성격과 인품상 공천 결과가 달라질 수 없다는 것. 문재인 대표는 17일 윤후덕 의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의 직권조사를 요청했다.

앞서 윤후덕 의원은 딸이 이력서를 낸 LG디스플레이 한상범 대표에게 전화를 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특혜라고까지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단지 딸의 지원 사실을 알렸을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딸은 “학부 4년간 올 A를 받은 최우수 졸업자”이자 서울 소재 E대학 로스쿨 2기 출신으로, “2013년 변호사 실험에 합격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특혜가 아닌 실력으로 채용됐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윤후덕 의원은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딸을 채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9월 채용 공고를 내면서 대외협력팀 공정거래 분야 경력 변호사 1명을 뽑는다고 밝혔다. 해당 경력이 없던 윤후덕 의원의 딸은 이미 지원 자격에서 탈락해야 했다. 하지만 채용공고에도 없던 법무팀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윤후덕 의원은 “당시 몇 명을 뽑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LG디스플레이 측도 “특혜는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변 관계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다. 경기도 파주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측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전화에 압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윤후덕 의원의 국회 윤리특위 회부를 촉구하는 이유다. 이들은 딸의 채용 과정에서 윤후덕 의원이 입김을 불어넣은 것으로 보고 직권 남용과 국회의원 윤리강령 위반을 주장했다. 여기에 새누리당까지 공세에 가담했다. 윤후덕 의원의 재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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