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수기 렌탈 사업으로 성공신화를 써가던 이영재 한일월드 회장이 회사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고발당하며 물의를 빚고 있다. 자칫 피해자들이 속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조금은 이상했던 VIP체험 프로그램, 결국 ‘사단’

▲ 이영재 한일월드 회장.
최근 한일월드 고객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정수기, 비데 등 렌탈 계약을 맺은 제품이 고장 나거나 문의사항이 있어도 좀처럼 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지난 17~21일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한일월드 관련 상담 건수는 145건에 달했다.

더욱 애가 탄 것은 한일월드의 ‘VIP체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고객들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950만원 상당의 운동기기를 렌트해 사용하면서 운동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리거나 설문조사 등에 응하면 렌트비를 대납해주는 방식이다.

월 20만원에 육박하는 렌탈 비용을 대납해줄 뿐 아니라 4년 뒤엔 운동기기의 소유권까지 넘겨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다소 특이하다. 한일월드가 고객들의 통장에 월 렌트비를 입금해주면, 이를 캐피탈 업체가 빼가는 ‘금융리스 렌탈’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제는 한일월드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렌트비 입금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캐피탈 업체는 원래 계약대로 출금을 실시했다. 당황한 고객들은 회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은 닿지 않았다.

결국 200여명의 고객들은 이영재 한일월드 회장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1만여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VIP체험 프로그램 전체 참가자 수를 고려하면, 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기 혐의다.

◇ ‘렌탈의 전설’ 이영재 회장, 최악 위기

이영재 회장의 잠적설이 제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이영재 회장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이영재 회장은 24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서둘러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VIP체험 프로그램 고객들의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제품을 회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영재 회장은 고객과 캐피탈 업체 사이엔 채권채무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일월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계약 해지 접수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회사에 대한 각종 악성 루머에 대응하며 법률대리인을 통해 고소·고발 건을 해결해 나가고, 새로운 회계법인을 선임해 임시감사를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하지만 이영재 회장의 앞엔 여전히 가시밭길이 놓여있다.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회사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영재 회장은 현재 임금체불로도 고발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한일월드가 사실상 부도 직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당수의 피해자를 낳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캐피탈 업체에 대한 리스 비용 지급 책임이 고객에게 전가될 경우, 1인당 수백만원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특히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한일월드 직원들의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VIP체험 프로그램을 추천 또는 동원한 직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세일즈맨 출신인 이영재 회장은 국내 정수기 렌탈 사업의 원조로 꼽히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의 성공기를 다룬 언론보도가 전해졌고, 인터뷰를 통해 중국 진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선점하고 있던 정수기 시장에 뛰어든 이영재 회장은 그 틈새를 ‘렌탈’로 파고들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또한 정수기를 통해 이룬 성공을 기반으로 비데, 공기청정기, 이온수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이영재 회장이다.

하지만 자사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고소를 당한 이영재 회장은 그간의 성공신화와는 전혀 다른 최악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한편, 이영재 회장은 공지사항을 통해 이군재 본부장을 대변인으로 선임하고, 대화 창구를 일원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사위크>의 수차례 시도에도 이군재 본부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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