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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준의 북한진단] ‘8.25 남북합의’ 의미와 남북 최고지도자의 소명
[전현준의 북한진단] ‘8.25 남북합의’ 의미와 남북 최고지도자의 소명
  • 시사위크
  • 승인 2015.08.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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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원장.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민주평통 자문위원
-前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시사위크] 지난 25일, 한반도 최고의 긴장지역인 판문점에서 ‘역사적’ 담판이 이뤄졌다. 이것은 남북관계사상 매우 주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쟁의 물줄기’가 ‘평화의 물줄기’로 바뀐 것이다. 남북이 의지만 있다면 밤샘회담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남북 회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 졌다.

그 배경에는 남북 양측 최고 지도자의 결단이 내재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남북의 체제적 특성 상 최고지도자의 철학과 의지가 남북관계 개선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첫째, 피해자인 남측이 가해자인 북측이 내민 손을 잡아준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복수의 악순환이었다. 북측이 공격하면 남측이 보복하고 이에 대해 또 다시 북측이 공격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8월 4일 북측의 목함지뢰를 통한 한국군 공격에 대해 남측은 심리전 수단인 확성기 방송만 했을 뿐 군사적 공격은 자제했다. 남측은 북측의 화해제안을 ‘통크게’ 받아들였다. 가해자의 사죄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아량이 없이는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둘째, 북측이 목함지뢰 설치를 부정하면서도 자존심을 버리고 화해의 악수를 먼저 청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는 절대 대화하지 않겠다”고 호언했고, 목함지뢰 사건은 ‘남측의 조작’이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북측이 먼저 대화를 제의했다.

이것은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사건 때와는 전혀 다른 행동이다. 북측은 자신이 부정한 사건에 대해 사과나 유감을 표명한 적이 없다. 북측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을 때만 직·간접적 유감표명을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만큼 ‘최고 존엄’의 안위에 대한 북측의 위기의식이 높았다는 증거다.

셋째,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양측이 ‘끝장토론’을 한 점이다. 남북대화사상 ‘밤샘회담’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무려 무박4일 동안 총 43시간의 마라톤협상은 없었다. 남북 양측의 회담에 대한 집착이 그만큼 강했다는 증거다.

한반도 정세는 전쟁일보 직전이었다. 만일 또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면 남북 양측의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아니 한민족 전체의 괴멸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일이었다. 남북 양측의 최고지도자는 며칠밤을 세우더라도 반드시 전쟁은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다. 최고 지도자의 의지만 있다면 남북 간에 놓인 어떤 문제도 밤새 토론할 수 있고 해결책도 마련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가 만들어졌다.

한편, 이번 회담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남측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반도 문제와 통일문제만큼은 북측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남측이 북측에 ‘끌려다니는’ 형국이었다.

북측은 ‘도발→협상→적당한 합의→지원획득→합의파기→도발’이라는 행동양식을 보여 왔다. 북측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멋대로’ 행동하면서 자신의 뜻대로 남한을 ‘요리’하고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는 최소한 ‘적당한 합의’는 없었다. 표현이 ‘유감’이었지만 사실상 북한은 목침지뢰 공격에 대한 ‘사과’를 했다.

물론 이번에도 ‘목함지뢰 도발→대화→확성기방송 중지 획득→황병서의 부정적 발언’이라는 패턴을 밟고 있지만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황병서는 오히려 남측에게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그리고 확성기 방송만 중지되었지 확성기 자체가 철거된 것도 아니다. 확성기방송은 북측의 목침지뢰 공격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방송중지가 곧 북측이 획득한 전과물은 아니다.

만일 북측이 목함지뢰 도발로 남한을 압박해 경제적 지원을 얻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 경책 방향을 전환시키려 했다면 그 의도는 완전히 실패했다. 북측의 전술은 박근혜 정부의 역공으로 인해 무력화되었고 남북문제의 주도권도 일부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4일간의 담판 결과 발표된 6개항의 합의문을 모면 남북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상황이 누그러지고, 남북 모두는 자신이 목표로 한 성과를 일부분 달성했으며 북측이 원하던 남북대화 재개와 남측이 원하던 이산가족 상봉이 합의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협상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북측에 끌려 다니지 않았고, 국민적 지지 및 여야 합의를 획득했으며 ‘원칙주의자’임을 부각시켰다. 국제사회에서도 보다 당당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도 ‘위험스러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타협의 여지도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합의가 잘만 이행된다면 ‘5.24조치’가 해제돼 경제적 이익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남북의 70년 대립과 갈등이 한 번의 담판으로 하루아침에 해소될 수는 없을 것이다. 남북 간에는 평화와 통일 문제에 대해 풀어야 할 수많은 난제가 놓여있다. 문제를 풀기 위한 회담 과정에서 예상치 않은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만일 남북의 최고지도자가 금번의 담판에서 보여준 인내심을 보여주지 않으면 또 다른 무력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남측에서는 벌써부터 회담 결과를 두고 ‘남남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완승론’과 ‘김정은 제1위원장 완승론’이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이번 민족사적 대담판의 의미를 흐리게 하는 백해무익한 논쟁이다. 남북 간 화해와 협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이로 인해 북측의 통일전선전술이 재개될 수도 있고 합의가 깨질 수도 있다. 

지금은 남북 모두가 힘을 합쳐 합의 사항을 어떻게 잘 이행할 것인가를 논의할 때다. 특히 남북 협상에서 일정한 주도권을 장악한 박근혜 대통령이 ‘아량’을 보여 올해를 ‘평화통일의 원년’으로 삼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번과 같은 인내심만 발휘한다면 북핵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될 것이며 우리 민족의 통일도 이뤄낼 것이다.

당연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협조 또한 필수다. 그도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 하지 않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며 통일의 동반자가 돼야한다. 남북은 ‘역사적 담판’을 계기로 ‘대화와 충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한민족의 대웅비’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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