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지난 7월 취임한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이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취임하자마자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가스 요금 인상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에 적극 나섰다.

그런데 그는 또 다른 중요한 과제를 품고 있다. 바로 흐트러진 조직문화를 바로 세우고 감사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잇단 임직원들의 비리 적발로 뭇매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뒷북감사’까지 드러나면서 안일한 내부감사시스템 실태를 또 다시 노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뇌물수수 직원’ 뒷북감사ㆍ10억 추가 피해 ‘빈축’

지난해 8월 한국가스공사 김모 전 차장은 ‘가스요금 관련 통합정보시스템 프로젝트’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특정 업체들부터 2억6,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 전 차장에게 뇌물을 건넨 용역업체 관계자들도 함께 기소돼 사법 처리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용현)는 김 전 차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및 추징금 2억6,0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런데 최근 가스공사가 직원이 구속되고 실형을 받은 지 한참 지난 뒤인 올 초에야 때늦은 감사를 벌여 약 10억원의 추가 손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전순옥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가스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정보시스템 용역분야 특정감사 결과보고’ 자료에 따르면, 엑센추어 등으로 구성된 용역업체 컨소시엄은 파견 직원을 고급기술자로 속였거나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직원의 인건비를 과다하게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약 10억원의 추가 손해까지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전 의원에 따르면 가스공사 측은 뇌물 비리가 들통 난 후에 부랴부랴 특정감사를 실시했을 뿐, 파견 직원 출근기록 등 부풀려진 인건비의 증거자료마저 분실하는 허술한 행태를 보였다. 또 비리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손해배상청구도 하지 않았다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직원 징계 등 사후 처리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스공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용역에 대해서만 감사를 실시한 뒤 직원 3명을 징계조치하고 1명에게 경고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했다. 용역입찰과 하도급 계약에 투명한 시스템 개선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같은 뒤늦은 감사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사 결과와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유죄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다린 것”이라며 “수사 기관도 아닌데, 감사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억원에 대한 손해와 감사 착수시기에 대해서 “관련 실무 부서에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관련 실무부서 관계자 역시 “감사 부서에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라며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다물었다.

◇ 해이한 조직문화,  강화된 감독 시스템 필요성 대두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각종 임직원 비리 적발로 몸살을 앓아왔다. 특히 지난해 말 첫 내부출신 사장인 장석효 전 사장의 비리 혐의가 적발되면서 조직 전체가 위기를 겪었다. 장 전 사장은 2011년부터 모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법인카드로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사용하는 등 30억3,000만원 상당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후 5월간 사장 공백 사태로 표류하던 가스공사는 지난 7월 이승훈 사장이 신임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새 전기를 맞았다. 이 사장은 최근의 비리 적발을 고려해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우고 신뢰문화를 기반으로 이해관계자들과 동반성장하는 가스공사를 만들자”며 청렴 조직문화 확립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면서 쇄신 의지를 불태웠다. 이는 비리와 실적 악화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조직 장악 차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이해진 조직문화를 쇄신하기 위해선 좀 더 강도 높은 시스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가스공사는 오는 17일 직원들의 청렴의식 고취 차원에서 윤리강령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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