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형제간의 경영권 갈등과 이 과정에서 드러난 온갖 부조리로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롯데그룹이 ‘속보이는 행보’로 또 다시 눈총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감사라는 과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해서든 여론의 마음을 얻으려는 롯데의 행동이 오히려 각종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 롯데의 속전속결 채용, 의미는 좋지만…

롯데그룹은 지난 9일 ‘훈훈한’ 소식을 전했다. 최근 발생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황 당시 전역을 연기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장병 중 11명을 채용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87명의 전역연기자에게 일일이 취업 의사를 물었고, 이를 수용한 11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모두 채용했다. 이들은 모두 일반 장병 출신이다. 또한 롯데그룹은 이번에 희망하지 않은 전역연기자들이 향후 취업을 희망할 경우 모두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채용된 전역연기자들은 적합한 회사와 직무, 거주지 등을 고려해 향후 롯데그룹 5개 계열사(롯데제과, 롯데마트, 롯데주류, 롯데슈퍼, 롯데하이마트) 중 한 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살고 있는 김모(27) 씨는 “전역연기자들이 보여준 모습은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솔직히 상대적 박탈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취준생들에겐 대기업 취직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데, 그저 전역을 연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채용한다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대학생 이모(27) 씨는 “솔직히 롯데가 기업 이미지를 위해 전역연기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 등 오너일가를 향한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채용 쇼’를 벌였다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역연기자 채용의 의미는 좋다. 하지만 전후 상황을 살펴보면 신동빈 회장과 떼어 놓고 보기 힘들다. 문제는 이것 또한 오너일가 마음대로 회사를 주무르는 롯데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채용 우대가 아닌 ‘무조건 채용’이 가능했던 점과 앞서 채용 의사를 밝힌 대기업보다 훨씬 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점 등은 롯데 특유의 수직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롯데그룹.
실제로 롯데는 이번 전역연기자 채용과 관련해 ‘전원 채용’ 방침을 미리 못 박았다. 특히 이러한 결정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발생한지 불과 2주 만에 신속하게 이뤄졌으며, 면접은 그저 형식적으로 진행됐다. 또한 롯데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채용된 전역연기자의 학력도 고졸부터 대졸까지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과거에도 전역 장교 채용이나 여군 장교 채용에 적극적이었다”며 “전역연기자들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만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줬기 때문에, 신속하게 채용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게 됐다. 또한 롯데그룹은 일반 채용에서도 고졸지원자의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각에서 신동빈 회장과 연결해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시점의 문제일 뿐”이라며 “일반 구직자들과 무관한 특별채용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역연기자 채용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단순히 이번 채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롯데는 최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 고위 당직자를 임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고,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방어 차원’에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롯데그룹이 야당 인사를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홈쇼핑 동반성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된 그는 CSR(사회적책임) 분야를 담당하며, 국회를 상대 및 관리하는 업무도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각종 비리와 갑질논란으로 말썽을 일으켰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일련의 정황을 살펴보면, 롯데그룹은 ‘일자리’라는 달콤한 유혹을 앞세워 여론몰이에 분주한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롯데를 이끌게 된 신동빈 회장이 진정한 반성과 변화 없이 ‘눈 가리고 아웅’한 채 어물쩍 넘어 가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