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현직 여야 정치인들의 비위의혹에 검찰이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의 내사가 의혹이 불거지는 것만으로도 정치인으로서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초동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의 비리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서울지검 특수 2부는 포스코 협력사인 ‘티엠테크’를 고리로 이상득 전 의원에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있다고 보고 소환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특수 4부는 야당 중진 A의원이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정황을 잡고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칼이 여의도를 잔뜩 압박하는 모양새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검찰의 포스코 비리수사는 지난 9일 정준양 전 회장의 소환조사 이후 전 정권 실세에 대한 비위의혹으로 다시 옮겨 붙었다. 연결고리는 포스코에 용역을 제공하는 ‘티엠테크’다. 티엠테크의 대표인 박모씨는 이상득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장 출신의 최측근으로, 검찰은 박씨를 통해 거액의 로비자금이 전 정권 실세들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 포스코 수사, 이상득 등 MB정권 핵심인사로 확대

이에 검찰은 11일에는 포스코 협력업체 2곳을 추가 압수수색하고 이 전 의원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조직이었던 MB연대나 포항인맥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장관도 수사대상자 중 한 명이다. 이 과정에서 친분이 있던 일부 현역의원에게까지 그 불똥이 튀고 있어, 여의도 정가를 바짝 긴장케 만들고 있다.

여당에 대한 수사가 자원외교나 포스코 수사 등 전임 정권인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야당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정치자금수수혐의로 박기춘 의원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최근에는 A 중진의원의 입법로비 의혹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익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처리해주고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다.

새정치연합은 검찰의 수사를 '표적수사'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공안탄압저지 대책위를 꾸리고 검찰의 수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한길·문희상 의원 등 굵직굵직한 중진들을 수사선상에 올린 것과 관련, 검찰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기획 수사라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 비위혐의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전현직 여야 정치인.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기소권’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가지고 정치권을 주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혐의를 포착해 내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특정 정치인에 부정적 이미지를 얼마든지 줄 수 있고, ‘기소’ 자체가 비위정치인으로 낙인찍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사전작업이 진행되는 예민한 시기”라면서 “특정인에 대한 검찰의 낙인찍기는 사실상 정치인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정치인들로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검찰발 정계개편설에 우려의 시각도…

사실 검찰의 사정정국 조성은 충분히 예견됐던 바다. 지난 1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올 하반기 부정부패 사범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김 장관은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의 존재 이유이자 최고 임무”라며 “구조적 부정부패의 고질적 적폐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 서울고검장을 지냈던 현직검사 출신인 김 장관의 이 같은 주문은 결코 가벼운 발언으로만 볼 수 없다. 7일 대검찰청에서 전국 특수부 검사들이 모두 참석하는 화상회의가 개최되자 하반기 사정정국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쏟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새로운 부부장급 검사가 추가배치됐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대검 중수부 해체이후, 정치권과 관련된 사정수사의 핵심을 넘겨받은 조직이 서울지검 특수부다. 현재 특수 1부는 농협 및 대한체육회 의혹을, 특수 2부는 정준양 전 회장과 포스코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 특수 3부는 불법정치자금흐름을 내사 중이고 특수4부는 정치권 입법로비 의혹을 맡는 등 전방위적인 사정을 펼치고 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정드라이브의 역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정치권과 연관 짓기 위해 기업에 대한 과도한 수사가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 3월 이완구 전 총리가 시작한 ‘부패와의 전쟁’은 성완종 리스트로 역풍을 맞으면서 6개월 가까이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반부패 전쟁 등 떠들썩하게 시작하면서 검찰이 성과를 내기위해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며 “성완종 리스트 파문처럼 엉뚱하게 불똥이 튈 수도 있고, 위에서 사정정국을 통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모양새는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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