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노삼성의 SM3 Z.E. 전기택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람보르기니, 포르쉐, 벤틀리, 아우디 그리고 폭스바겐. 폭스바겐 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다. 이밖에도 세아트, 스코다, 스카니아 등 폭스바겐 그룹은 총 12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폭스바겐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에서 들통 난 배출가스 조작 파문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간판 격인 폭스바겐의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고, 그 파장은 아우디 등 그룹 내 다른 브랜드로도 옮겨가고 있다.

상반기 전 세계 최다판매량을 기록한 폭스바겐이 일으킨 파문은 생각보다 크다. 사건 발생 3일 만에 주가의 1/3이 날아갔고, 시가 총액은 무려 34조원이 증발했다. 또한 이러한 후폭풍은 폭스바겐 뿐 아니라 디젤 차량 전체로 번질 기미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뜻밖의 주목을 받는 곳도 있다. 바로 전기차 분야다. 디젤의 이미지가 오염된 사이 전기차의 깨끗함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 서울시 달리는 전기차… “이젠 먼 미래 아니야”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택시를 잡다 새로운 경험을 했다. 택시를 잡고 있는 그에게 파란색 차량이 다가와 선 것이다. 잠시 차량을 살피던 그에게 택시기사는 창문을 내리고 인사를 건넸다. 서울시가 지난 7월 민간에 보급한 40대의 전기차 중 1대를 만난 ‘뜻밖의 아침’이었다.

이씨가 탄 택시는 르노삼성의 SM3 Z.E. 전기택시다. ‘남들이 안 하지만, 고객들이 찾는 것’을 추구하는 르노삼성은 이러한 모토답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지만, 열심히 기반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 관용 전기차로 최소 300대 이상을 납품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시의 전기차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카셰어링 시티카를 통해서도 전기차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기차의 장점은 분명하다. 차량 자체에서 배출되는 공해가 없고, 경제적이다. 물론 이 두 가지는 전기를 어떤 방식으로 생산하고, 전기료가 얼마냐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은 있다. 여기에 안정성도 비교적 좋다. 적어도 사고 뒤 연료탱크로 인한 화재는 벌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 당장 충전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운행 중인 전기차에겐 충분하지만, 더 많은 보급을 위해선 충전시설 확보가 필수다. 물론 선택의 폭이 좁은 차종과 아직은 높은 가격 역시 해결해야할 문제지만, 기본 인프라 확보가 먼저라고 볼 수 있다.

전망은 밝다. 자원의 고갈, 환경문제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는 분명 미래지향적인 차량이다. 큰 물줄기는 결국 전기차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노력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서울시는 일단 올 하반기 전기차 500여대 이상을 민간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18년까지 전기차를 5만대까지 보급하고, 충전시설도 500대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를 위한 급속충전시설 100기를 주요 고속도로 휴게소와 수도권 및 경상권에 추가 설치했다. 이로써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기차로 운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전기차의 한계가 하나 둘씩 해제되고, 인프라가 갖춰져 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전국에 전기차 20만대 보급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포부를 드러낸 것은 ‘천혜의 섬’ 제주도다. 제주도는 오는 2017년부터 전기차 보급을 시작해 오는 2030년에는 제주도의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총 2조원이 넘는 투자가 계획돼있으며, 9대 전략과 36개 세부 실천과제를 마련했다.

이와 관련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전기차 시장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한국은 더욱 그렇다”며 “그나마 르노삼성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잠시 반짝했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때쯤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폭스바겐에겐 비극이지만, 전기차 확대엔 조금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전기차 출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