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 체육계 전반으로 확산 관측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21일 서울 금천구에 있는 영상기술업체 A사와 구로구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B사 등에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보조금 지급·집행 내역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2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한 겨울스포츠 훈련장비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받은 R&D 보조금 1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 9월 15일, 같은 사안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한국스포츠개발원, SK케미칼 등 3~4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지난 8일엔 공단으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 가운데 9억 원을 유용한 혐의로 골프용품 제조업체 대표를 구속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보조금을 지원과 관련해 공단 측 인사가 비리에 연루됐는지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체육계에선 검찰의 수사 방향과 범위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넘어 대한체육회와 산하 경제단체 등 체육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익금의 상당 부분이 대한체육회 지원금 명목으로 쓰이고 있어서다.
검찰이 지난 7월부터 대한체육회 간부들의 인사비리와 공금횡령 등 혐의를 수사중이라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때 정치권과 체육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영포라인’인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을 겨누고 있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나돌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찰 특수1부가 최근 ‘해외자원 개발 비리’ 수사를 마무리 지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체육계 비리 의혹 수사’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검찰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연구개발 보조금이 줄줄 샌 것은 체육계의 학연과 인맥 등 구조적인 비리 사슬이 원인인 된 것으로 판단하고, 횡령된 보조금 일부가 공단 측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등을 끝까지 추적할 방침이다. 검찰의 수사 방향에 따라 여파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을 넘어 대한체육회까지 미칠 가능성이 크다.
과연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체육계 전반으로 확대될 지, 이에 따라 체육계 비리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것인지 검찰 수사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스포츠산업 육성 차원에서 관련 중소기업 5개 안팎을 선정해 업체당 20억∼30억원의 R&D 자금을 지원해왔다. 이 지원금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관장하는 경륜·경정·체육진흥투표권사업(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조성되고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이를 집행하는 구조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스포츠 연구개발 관련 보조금은 한 해에만 100억 원이 넘고, 올해도 130억원이 예산으로 책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