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서청원 최고위원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26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감금'에 초점을 맞추고 강하게 성토했으나 일부 의혹에 대한 반대논리는 나오지 않았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2라운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지도부의 ‘5자회동’ 이후 지루한 공방을 벌이던 정치권이, 교육부 산하 태스크포스팀(TF팀) 운영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야권은 정부가 초법적 비밀기구를 만들어 국정화를 밀실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야권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사건은 지난 25일 밤에 발생했다. 도종환, 김태년 의원 등 국회 교육문화관광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비밀TF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문건을 입수하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국제교육원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야당의원들 사이 몇 시간째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이 알려진 26일 오전,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백범 기념관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지원조직이라기 보다는 5공화국 시절에 악명 높았던 관계기관대책회의의 실무조직과 같은 느낌이 든다”며 “교육부 내 전담팀과 별도로 청와대가 직접 관할하는 팀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는 “내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시정연설에서 기대되는 것은 역사 국정교과서 포기선언”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비밀TF팀 운영 의혹, 당혹감 감추지 못하는 새누리당

교육부는 긴급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현행 역사교육지원팀의 인력을 보강하여 지난 5일부터 한시적으로 국립국제교육원에 사무실을 마련하여 관련 업무에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비밀팀은 아니지만 TF팀을 운영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당연히 구성될 수밖에 없는 TF팀 현장에 야당 의원들이 들이닥쳐 공무원을 감금하는 작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국회의원이 과연 이런 일을 해도 되는지 기가막힌 심정”이라며 야당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교육부가 역사팀에 대해 자료요구 급증 등 업무일원을 보강하고 산하기관에서 정상적으로 일하는 공무원에 대해 야당이 업무방해를 하는 어치구니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맞는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육부의 정상적인 업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의원들의 ‘강제진입’ 사실에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세 가지 측면에서 제대로 된 반박논리를 펼치지 못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앞서 8일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국정제로 할지 검정제로 할지 결정된 바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5일부터 운영된 TF팀의 운영계획에는 ‘집필진과 편찬심의회 구성’안이 나와 있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정제로 이미 내정한 상황에서 황 부총리가 위증을 한 셈이어서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 하나는 TF팀의 적법성 여부다. 행정예고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교육부 공무원도 아닌 외부인사를 영입해 정부기관 산하의 팀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위법이라는 의구심이다.

무엇보다 문건내용에는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이라는 항목이 나온다. 이 대목에서 ‘사실상 TF팀이 교육부가 아닌 청와대의 직속기관이 아니냐’는 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청와대가 교육부에 (국정화) 지침을 내린 적은 없다”던 이병기 실장의 국정감사 증언도 위증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친박계 일각에서는 황우여 교육부총리의 경질을 주장하기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있어 교육부가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게 주요 이유다.
◇ 국정화는 정부의 ‘자충수’, 여권 내부에서도 국정화 철회 목소리 나와

논란이 커지자 서청원 최고위원은 “세작과 같은 공무원을 이번에 찾아야 한다”면서 “정당한 일을 하는 것 까지도 야당에게 제보하는 이런 풍토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엉뚱하게 제보자를 타깃으로 삼는 등 대응에 초점을 잡지 못했다.

심지어 친박계 의원 일각에서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황우여 부총리를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친박계 의원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 토론회에서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전략이 없었다. 초기 대응을 잘 못 했으니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TF팀 운영사건과 지난 대선당시 불거진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이 오버랩 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2라운드 국면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국정화냐 검인정이냐의 대립에서 정부의 ‘국정화 밀실추진’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문재인 대표와 야권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를 비롯한 야권은 이번 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사활을 걸고 내년 총선까지 치르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이런 걸 가지고 자충수라는 얘기를 쓴다. 자신 있게 뭘 했는데 결국 자기한테 해로 돌아오는 상황”이라면서 “빨리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자기한테 모든 해가 돌아온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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