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3년 연속 국회를 직접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27일 열린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경제현안’으로 시작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설명과 노동개혁 5대법안 및 경제활성화 3법 처리당부로 이어졌다. 관심을 모았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시정연설 마지막에 나왔다. 기존 ‘좌편향 VS 친일독재미화’, ‘국정제 VS 검인정제’의 구도가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역사교육 정상화’를 강조했다.

◇ “국정교과서 왜곡 좌시하지 않을 것”…사실상 국정화 확정

박 대통령은 “제가 추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관행화된 잘못과 폐습을 바로잡아 기본이 바로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역사를 바르게 인식하고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면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정치권을 질타하기도 했다.

▲ 박 대통령 입장에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여야 의원들. 새누리당은 일제히 기립후 환대한 반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일부만 기립하는 등 냉담했다. 정의당 의원들은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정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일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강조했다. ‘국정화를 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었으나, 사실상 국정화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위기상황에서 더 강하게 소신을 밀어붙이는 특유의 스타일이 나왔다는 평가다. 앞서 ‘유승민 파동’ 등에서 확인된 것처럼, 박 대통령은 불리한 여론흐름에서 더욱 강수를 들고 나와 상황을 반전시킨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국정화 강행돌파 선언도 이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정부의 국정화 방침에 대한 여론흐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도 국정화 반대의견이 높고, 교육부 비밀TF팀 운영논란이 확산되면서 황우여 교육부총리 책임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 날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설치된 노트북에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을 걸고 시정연설에 냉담히 반응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 정면돌파에 극명하게 갈린 여야, 여론 반전 가능할까

한편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의지를 두고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먼저 ‘국정화 포기’를 기대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간절한 국민적 요구를 외면했다”고 평가했고, 이종걸 원내대표는 “깨진 술잔에 민심이 흘러 내린다”고 부정적으로 비유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교과서 국정화를 두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삐뚤어진 효심만 가득했다”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의 정상화’라는 박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정화가 역사교육 정상화라는 인식에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정상인지 여부를 대통령이 결정하느냐”고 지적하면서 “다양성을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국정화 강행이 분명해진 만큼,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반대논리를 중심으로 장외여론전을 포함해 대여투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좋은 방향’이라고 화답했다. 시정연설이 끝나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무성 대표는 “제가 국민들과 동료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그대로 대통령께서 확실히 말씀해주셔서 내용이 아주 좋았다.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하고 “꼭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당내 ‘비주류소신파’ 의원들의 입장이다. 앞서 김용태, 이재오, 정두언, 정병국 의원 등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국정화 문제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혀왔다. ‘일부 교과서에 문제가 있지만 국정화가 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적전분열’이라는 당내 비판에도 불구, 수도권의 여론흐름이 심상치 않았기에 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국정화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비주류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것이 예상된다.

▲ 시정연설 마치고 본회의장에 나서는 박 대통령과 환송하는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정치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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