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잡을까 말까...' 한일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악수를 나누기 직전의 모습.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2일 3년 6개월만의 정상회담을 갖고, 위안부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협의 ‘방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합의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 치열한 ‘수 싸움’이 있었음을 짐작케 했다.

2일 청와대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양국의 정상회담이 끝난 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능한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협상을 가속화화기로 했다”고 결과를 전했다. 이날 양국 정상들은 오전 10시 7분 경 단독회담을 시작,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회담을 진행했다.

◇ 위안부 문제 협상 가속화 합의, 향후 실무협상 ‘주목’

특히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아베 총리에게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김 수석은 전했다.

아베 총리도 회담이 끝나고 일본언론들과의 기자회견에서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있어서 미래 세대에 장해를 남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교정상화 50주년임을 염두에 두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조기타결을 목표로 교섭을 가속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조기타결’에 비중을 둔 것은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아베 총리가 수용한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최근 외신들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연내 타결”을 수차례 강조하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압박수위를 높인 바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이 ‘협상의 가속화’에 합의한 만큼,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정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어도 ‘해결 의지’라는 공감대는 확인한 셈이다.

다만 아베 총리의 사과나 최소한의 유감표명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일본정부는 배상문제는 65년 한일협정에서 끝났으며, 위안부 문제도 국가차원의 인권침해가 아닌 ‘인신매매’라는 사인간 인권침해행위로 격하하고 있다. 전후 70년 아베담화에 언급한 “전쟁터의 뒤편에는 명예와 존엄이 손상된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그대로 견지하는 상황이다. 향후 실무협상 단계에서 일본 측의 전향된 방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리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는 “우리는 사죄만 받으면 된다. 우리 할머니들 나이가 이제 90이 넘었는데 어떻게 또 기다리란 말이냐.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며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 대전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한 시민이 어루만지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천 번째 수요집회를 기념해 국민성금으로 만들어졌다.
◇ 아베, ‘위안부 문제 해결’ 압박에 ‘남중국해’로 맞불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박 대통령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케이 신문>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아베총리는 중국이 조성 중인 남중국해 인공섬에 미국이 해군 구축함을 투입시킨 것을 일본이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지 않은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는 ‘중국 대 미국·일본’이라는 갈등구도의 최전선에 위치한 사안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이른바 ‘9단선’을 설정하고 부속도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국제법상 9단선과 같은 거대한 영해기선을 인정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동남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의 마찰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통제권은 물론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열도 분쟁과도 얽혀있는 문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정부는 ‘국제법으로 확립된 규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법 규정을 언급하면서도, 미국의 구축함 투입 등 군사적 행동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양비론적 태도로 중립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박 대통령에게 요청한 유일한 한 가지는, 우리가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다 명시적인 입장을 요구한 바 있다.

▲ 남중국해 분쟁상황. 빨간점선이 중국이 설정한 9단선이다. 중국은 명시적으로 9단선을 영해로 선포한 것은 아니나, 부속도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인공섬을 조성하면서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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