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교과서 이념전쟁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새롭게 전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대선주자 다변화 전략과 연계해 차기대권주자로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면에 나섰다. 호사가들 사이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념전쟁의 선봉장에 섰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이 주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마땅한 차기대권주자가 없는 친박계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로 보인다.

역사교과서 확정고시가 있던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는 주무부처 장관인 황부여 교육부총리를 제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례적으로 ‘키노트’까지 준비하며 대국민담화를 시작했다. 내용의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적 시각에서 역사교과서 이념전쟁에 황교안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 이념전쟁 전면에 나선 황교안, 보수아이콘 등극할까

사실 정부 내에서 이념전쟁에 가장 적임자를 찾으라면, 황교안 총리만큼 적합한 인물도 드물다. 공안검사 출신인데다가 손수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이념전쟁에 있어 실무적‧이론적 바탕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법무부 장관시절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이라는 세계사에서도 사례가 드문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황 장관처럼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 다양한 차기대권후보가 존재하는 야권과 달리 여권에서는 김무성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독주보다는 다양한 후보군이 존재하는 것이 차기대선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인 황우여 부총리를 대신해 나선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컸다. 이미 황 부총리는 이념전쟁으로 비화된 교과서 정국에서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친박계는 물론 김무성 대표에게도 비판을 받았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전략이 부족하다”고 질타했고, 김무성 대표도 “사퇴론이 나올만 하지 않느냐”고 성토한 바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전면에 나선 만큼,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첨지기도 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포스트 박근혜’ 체제로 친박계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황교안 총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다만 반기문 총장과 다르게 황 총리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 외에 자신만의 ‘치적’이 없다는 점에서 그 동력이 약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대치의 최전선에 나서 성과를 낸다면, 단숨에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 김무성 외 차기대권주자 가뭄, 황교안 부각이 반가운 친박

한편 황 총리의 부상이 친박계로서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공천룰과 관련해, 김무성계와 친박계의 한바탕 일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래권력’이라는 구심점이 존재하는 것과 아닌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특히 내년 총선이 대선을 앞두고 현재권력에서 미래권력으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시점임을 가만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일전을 앞두고 있는 친박계 입장에서는 마땅한 차기대권주자가 없다는 게 문제다. 여권 내 유력한 주자인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지사,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거론되는 인물들이 모두 비박계다. 최경환 부총리가 간혹 언급되기도 했지만, 다른 인사들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이 언급되고, 윤상현 의원이 “친박계 대선주자가 있다”고 굳이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불임계파’라는 비아냥을 받는 친박계 입장에서 황 총리의 부상은 환영할만한 일로 보인다.

물론 황 총리 측은 거듭 손사래를 쳤다. 처음 차기대권후보설이 돌았던 9월 당시 황 총리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이번 국정화도 전면에 나섰다기 보다는 국회복귀가 유력한 황우여 부총리를 대신했다는 의미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대권주자에 목마른 친박계의 지원과 향후 정치지형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친박계에서 다양한 차기대권주자들을 물색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아니냐”면서 “김무성 대표 측에서는 약간 불편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친박계는 환영할만한 일이고 당의 입장에서도 김무성 1인 독주보다는 다양한 후보군이 경쟁하는 것이 차기대선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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