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내용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찍어냈던 6월 25일 발언과 다르지 않았다. 정치권이 정쟁으로 국정에 발목을 잡고 있으며, 국민들이 이를 심판해야한다는 내용이다. ‘여당 원내대표’, ‘배신의 정치’ 등 직접적인 언급만 빠졌을 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유승민 다음은 김무성’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발언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때마다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사정하는 것도 단지 메아리뿐인 것 같아서 통탄스럽다. 모든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국회에서 모든 법안을 정체 상태로 두는 것은 그동안 말로만 민생을 부르짖은 것이고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 대통령의 ‘총선심판론’, 이면에는 김무성 정조준

특히 박 대통령은 “앞으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대국민 지지호소를 당부했다. 지지의 대상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불거지는 ‘TK 물갈이설’과 관련, 총선출마를 준비 중인 청와대 전·현직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문재인 대표는 “장관과 청와대 출신들을 대거 선거에 내보내면서 자신의 측근들을 당선해달라는 노골적 당선운동이며 야당과 비박 낙선운동”이라고 성토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습관적인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며 “분노조절장애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야권보다는 여권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더욱 곤혹스러워진 모습이다.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정종섭 행자부 장관을 비롯해 백승주 국방부 차관, 곽상도 전 민정수석, 윤두현 전 홍보수석,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이 TK지역 출마를 타진하고 있다. 여기에 친박핵심으로 통하는 윤상현 의원이 ‘TK물갈이’를 언급하면서 현역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 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가 끝나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취재진들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 새누리 비박, 할 말은 많지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앞서 비박계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에 찾아가 물갈이를 언급했던 윤 의원을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빈소에서까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박민식 의원은 “왜 TK가 물갈이 대상이냐”며 인위적 교체에 반대했고, 김용태 의원도 청와대 출신인사들의 수도권 출마를 종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른바 ‘총선심판론’을 재차 꺼내들자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4선의 정병국 의원 정도만 공개석상에서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처럼 정치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진실된 사람만 선택받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논의해야 한다”고 항변 아닌 항변을 했을 뿐이다.

주목되는 것은 김무성 대표의 반응이다. 김무성 대표가 주장하는 상향식 공천을 강행할 경우, 현역의원들이 유리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TK물갈이’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김 대표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할 경우, 청와대와 척을 질 수밖에 없다. 당내 공천논의를 앞두고 김 대표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이유다. 

부담감이 컸을까. 김 대표는 윤상현발 ‘TK 물갈이설’부터 계속적인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도 언론사들의 집요한 추궁에 “말하지 않겠다”며 거듭 회피했다. 김 대표 주위에서도 다소 불편하다는 뉘앙스는 있었지만,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김무성 대표도 바깥에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에 (청와대와) 내부적으로 적당히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면서 “관심사는 수도권에서 김무성 대표와 아주 가까운 의원들이 청와대를 향해서 날 선 비판을 했는데, 김 대표가 그들을 지킬 수 있는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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