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관련 “대통령의 아버지를 위해 민초들의 아버지의 삶이 왜곡되고 모욕당할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제발 엉뚱한데 힘쓰지 마시고 경제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그럼 우리 아버지는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물었다. 이미 3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인데, 진선미 의원은 요즘 그 이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바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때문이다.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배포할 2017년은 공교롭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근거로 진선미 의원은 국정교과서를 ‘박근혜 대통령의 사부곡’으로 부른다. 한국전쟁의 아픔으로 남은 평생을 한탄과 눈물 속에서 보냈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안 될 일이었다.

“제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87세 정도 되실 텐데 워낙 힘겨워 하셨어요. 한국전쟁 당시 평양사범 1학년이었는데, 국군이 올라왔을 때 정훈장교로 합류해서 남쪽으로 내려오셨대요. 이후 북한에 홀어머니를 두고 왔다며 늘 그리워하셨죠. 한국사의 비극을 떠안은 세월, 이게 우리 아버지들의 평범한 삶이죠. 수 십 년 동안 한 국가를 뒤흔들고 사신 분과는 달라요. 부귀영화를 누린 분이 다름에 대한 평가를 못 참아내겠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진선미 의원의 눈시울이 불거졌다. 얼마 전 발견한 아버지의 일기장이 다시 생각났다. 군화를 삽화로 그려 넣은 아버지의 외로운 시간들이 더 큰 울림을 줬다. 이후 진선미 의원은  “대통령의 아버지를 위해 민초들의 아버지의 삶이 왜곡되고 모욕당할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저도 효도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과 행정부, 여당은 경제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었나. 제발 엉뚱한데 힘쓰지 마시고 경제에 힘써달라”고 호소했다.

“그래서 제가 종북인가요?” 진선미 의원이 다시 물었다. 그는 지난 경남도 국감장에서 말실수 때문에 종북으로 몰렸다. 당시 홍준표 도지사의 자료제출 미흡과 국감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지적하는 과정에서 경상남도를 함경남도로 말이 헛나온 것이다. 하지만 진선미 의원에게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아버지 고향이 함경도가 아닌 평안도로 잘못 기재된 게 머릿속에 남았던 탓이다. 아버지의 고향을 언급한 이유로 종북으로 몰리는 사실이 속상했고, 도리어 비판받아야 할 피감기관장 대신 논란을 산 게 억울했다.

“이런 상황들이 어떨 땐 북받치는 거예요. 우리 아버지 세대를 비롯해서 저희 세대까지 한국전쟁의 잔재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가 된 게 아닌가. 사실 온 국민이 피해자죠. 그래서 더 참을 수가 없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어머니의 마음으로 정치하겠다고 했으면, 정말 통합을 말할 거라면, 진영을 가르는 부분을 끊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극대화시키고 있잖아요. 결국 국정교과서로 갈등을 부추기고 혼란을 불러왔어요.”

‘진선미표’ 사부곡은 계속됐다. 이북5도민 2세로, 전북 순창에서 고생했던 어린 시절을 한때 아버지 탓으로 원망한데 대한 회한이다. 없는 살림이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생활이 더욱 힘들어졌다. 때문에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당시 시골에선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을 전북 전주로 유학을 보냈는데, 진선미 의원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순창에 남았다. 떠나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낙심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어릴 때는 몰랐어요. 그저 부모님과 오빠들에게 귀염을 받는 딸이고, 동생이었으니까요. 아버지께서 홀로 순창에 정착하시기까지, 그리고 이후로도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까요. 우리 아버지, 정말 재능 많으신 분이셨거든요. 그러니까 제 이름을 진선미라고 지으셨죠. 당시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이었고, 초대 순창문화원장(현 지역 문화센터장과 같은 개념)을 지낼 만큼 문화예술적 관심도 많으셨어요. 그런 아버지의 삶이 좌절됐다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 아파요. 그래서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도 생각해달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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