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이사 부사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때 아닌 ‘수저계급론’이 뜨겁다. 부모 잘 만나 부족함 없이 승승장구 하는 ‘금수저’, 그 반대 개념인 ‘흙수저’는 내 능력과는 관계없이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자녀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슬픈 현실을 담고 있다. 애초부터 출발점이 다른, 그래서 결과를 뒤집는 기적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를 비꼬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가볍지 않다.

최근 보해양조가 발표한 인사는 그런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11일 보해양조는 임지선 전무 겸 대표이사를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지선 신임 부사장은 창업주 고(故) 임광행 회장의 손녀다. 재계에서는 임지선 부사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3세경영’의 본격화 차원으로 보고 있다.

보해양조 측은 임지선 부사장의 승진배경에 대해 ‘전무 취임 이후 업무 실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부사장으로 선임됐다’는 설명이다. 임지선 부사장은 선임 이전 영업총괄본부장을 맡아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 ‘부라더’ 시리즈를 선보였고, 시장에서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마케팅 감각과 해외 경험을 통해 쌓은 글로벌 경영 방식을 현장에 적용,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최근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50% 가까이 상승했다.

다만 ‘서른살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충분한 검증을 거쳤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공감하기 힘들어 보인다.

임지선 부사장이 보해양조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13년 11월이다. 당시 임지선 부사장은 상무로 입사해 지난 4월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입사 1년5개월만에 이뤄진 파격 승진이었다. 재벌 3~4세들이 입사 후 임원승진까지 평균 3.5년이 걸린다는 한 조사결과에 비춰 봐도 꽤나 빠른 수준이다. 여기에 임지선 부사장은 또다시 7개월만에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점프했다.

지난해 기업경영성과 평가업체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에 입사한 대졸 신입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 2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의 임원이 될 확률을 통과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여기에 30대 그룹 상장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승진하는 확률은 1만명 당 2명꼴이다.

물론 30세 젊은 나이에 고위 임원직을 맡았다는 사실만을 놓고 비난을 퍼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표이사 부사장’은 단순한 임원이 아니라 핵심 의사결정권자다. 임지선 부사장의 결정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무와 경험이 짧은 30대 부사장에게 거는 리스크 극복능력 기대감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검증되지 않은 재벌가 3-4세의 초고속 승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입사조차도 쉽지 않은 요즘같은 현실 속에 ‘금수저’ 계급인 임지선 대표이사 부사장의 초고속 승진은 씁쓸함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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