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대우조선해양 부실 관리 책임론’에 시달려온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임직원들과 ‘임금 반납’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홍 회장이 ‘분위기 쇄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대우조선 부실 관리 책임론’ 반성 차원?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부서장과 주요 지점장이 참석하는 부점장 회의를 열고 경영여건 악화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홍기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

먼저 홍 회장은 올해 받게 될 기본급(세금과 기부금 제외)을 모두 반납키로 했다. 홍 회장의 올해 기본급은 1억9,152만원이다. 임원을 비롯한 부점장, 팀장 700명도 올해 ‘임금인상분 전액’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임금 인상률은 임원이 3.8%, 팀장급 이상 직원은 2.8%다.

이번 결정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쇄신에 솔선수범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정책금융기관’의 맏형인 산업은행은 관리 기업들이 잇따라 부실화되면서 책임론에 시달려왔다. 특히 올 2분기 3조 원대의 적자를 낸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산업은행의 위상을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은은 대우조선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파견하고도 수조원대의 부실이 쌓이는 것을 제때 감지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부실 관리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졌다. 수장인 홍기택 회장 역시 매서운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 연봉 반납 결정은 이런 책임론을 어느 정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또 부실기업 지원으로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것에 대한 ‘고통 분담 의지’를 표출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내년까지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함께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 임기 막바지… 분위기 쇄신 성공할까 

산업은행도 이런 부분을 감안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책임자급 임직원들끼리 결연한 쇄신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며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이번 임금 반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 관리 부실 책임론’에 대해선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로 산업은행을 바라보는 여론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연봉 반납 결정이 이런 여론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왜 이 시점에 홍 회장이 ‘임금 반납’ 카드를 꺼냈는지에 의문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선 연임을 앞두고 ‘이미지 쇄신’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피어오르고 있다.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되는 홍 회장은 임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홍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 안팎에선 관리 기업들의 잇단 ‘부실 문제’로 연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지만, 아직은 구체적으로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어 뭐라 점치긴 어렵다”며 “다만 홍 회장이 다양하게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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