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30일 오후 한중FTA 비준처리에 합의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한중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발효까지 초읽기에 들어갔다. 행정절차만 남았다는 점에서 한중FTA의 연내발효가 사실상 확정됐다. 13억 중국시장이 무역장벽 없이 열렸다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의 발판이 마련됐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돼, 정책차원에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국회는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내 한중FTA 발효를 위해서는 이날 비준동의안 처리가 완료돼야 했기 때문이다. 비준동의안이 처리된다고 해도 행정절차가 남아있고, 중국 측의 사정도 감안해 사실상 이날 처리가 마지노선이었다.

◇ 긴박했던 한중FTA 비준동의안 처리, ‘연내발효’가 목표

당초 여야 지도부는 지난 주 26일 본회의를 통해 비준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로 다소 지체됐고, 여야정 협의체 내에서 농어민 피해대책 등 일부 사안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해 연기됐다. 여야정 협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 및 최경환 부총리까지 27일부터 이어진 마라톤 협상에 나섰고 큰 틀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이날 여야 지도부는 나란히 의총을 개최해 당론결정을 도모했다. 새누리당은 만장일치 박수추인으로 속전속결에 성공했으나, 새정치연합은 농어민들에 대한 피해보전 등 일부 사안에 이견이 나오면서 지체됐다. 이에 1시로 예정됐던 여야지도부 회동부터 외통위 전체회의, 2시 본회의가 순차적으로 연기됐다. 다만 이날이 마지노선인 만큼,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추인’이 아닌 ‘당대표 권한위임’의 형태로 국회 비준동의안을 지도부로 넘겼다. 최종 본회의 의결 결과 265명의 의원들이 재석한 가운데 찬성 196표, 반대 33표, 기권 36로 나타났다.

▲ 한중FTA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농민들의 피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FTA의 최대피해자가 농민들이라는 점에서 여야는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1조원의 기금마련방안을 내놓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농어민 피해대책 부분이었다. 이미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시장개방이 국내 농민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쌀과 김치, 삼계탕 등의 중국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오지만, 그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일례로 김치의 경우, 가격이 국산에 비해 6분의 1수준인 중국산 김치가 국내시장을 이미 장악했다.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 중국산 김치 수입은 1,207억이었으나, 한국산 김치의 중국수출은 2,0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무역장벽이 해소된 이후 중국산 농산물에 수입량 증가와 이로인한 농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더구나 FTA협상 당시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검역기준 등에 대해 우리 측의 입장을 중국에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에 나선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은 “역대정권들이 각종 FTA로 인한 농업인들의 피해가 총 18조라고 하고 있는데, 한-칠레 FTA에서만 1조의 손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피해는 축소하고 경제효과만 과대평가하고 있다”면서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에 대한 성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쌀만은 막겠다던 김영삼은 쌀 개방이 현실화 되자 대국민담화 통해 진심어린 사과를 했고, 후속대책으로 총리 등 관계자 경질과 종합피해보상대책을 앞당겨 추진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 한중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국회는 진통끝에 본회의를 열고 비준안을 의결했다. 사진은 정의화 의장의 제안에 따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에 여야 의원들이 묵념을 하는 모습니다.
◇ 13억 중국시장 개방, 중국의 ‘신창타이’ 전환에 ‘낙관 금물’

일단 정치권에서는 농어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피해보전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억씩 10년간 1조원의 재원을 마련키로 한 것. 당초 ‘무역이익공유제’ 등 산업부분의 이익을 조세 등의 방식으로 회수해 재분배하는 방식이 논의됐으나, ‘강제적’인 이익공유제 시행에 새누리당이 난색을 표하면서 ‘자발적 기부’로 선회했다. 이밖에 피해보전 직불제도 현행 90%에서 95%로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비준안 처리가 시급한 관계로 일단 비준안을 처리한 뒤, 여야는 FTA 지원 특별법 등에 대한 개정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업이나 산업부문도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군림했던 중국경제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생산과 수출에 방점을 찍고 고도의 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은 최근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에도 미치지 못한 6.9%에 머물렀고,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가 폭락한 ‘중국쇼크’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날도 중국증시는 장중 한 때 3%나 하락했다가 회복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그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한계를 맞은 중국은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라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신창타이란 시진핑 중국주석이 제시한 새로운 중국의 경제모델로, 기존의 생산과 수출보다는 서비스업과 내수중심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영공기업들을 민영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하고 민족간·계층간 소득 불균형 해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국의 패러다임 전환은 FTA발효 이후 국내기업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중국의 값싼 인건비와 원자재 조달비용을 통해 가격경쟁령을 확보했던 기업들에게는 위기다. 뿐만 아니라 중국내수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는 국내기업도 쉽지만은 않다. 앞서 중국발 증시쇼크 상황에서 중국당국은 3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시장에 풀고, 위안화의 평가절하도 단행한 바 있다. 이는 곧 위안화 대비 원화의 강세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중국기업들과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초강세를 보였던 삼성은 이미 샤오미 등 저가공세에 밀려 점유율 4위로 밀려났다.

한중FTA 지원법을 검토하고 있는 국회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막대한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중심으로 새로운 글로벌 경제체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변환기를 능동적으로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전략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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