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점 방문판매원 3686명 임의 재배치… 회사·전 방판사업부장 기소

▲아모레퍼시픽 본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이 특약대리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다른 영업점에 멋대로 재배치하는 횡포를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관련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던 아모레퍼시픽은 결국 법정 심판대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한동훈 부장검사)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로 아모레퍼시픽 법인과 이모 전 상무(52)를 8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회사 전직 임원 1명을 추가로 고발할 것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8년 동안 특약대리점 187곳에서 방문판매원 3,686명을 일방적으로 다른 신규 특약점이나 직영 영업소로 재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약점 ‘방문판매원’ 빼내기 횡포‘ 법적 심판대에  

특약점은 아모레퍼시픽과는 독립된 개인 사업체다. 방문판매원은 특약점 소속 직원이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영업 관리’라는 명목 아래 특약점의 운영에 개입하려 했다. 심지어 판매 실적이 우수한 방문 판매원을 빼내 새로운 특약점이나 회사가 운영하는 매장에 재배치하는 횡포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같은 방문판매원 재배정이 특약점에 대한 ‘통제 수단’이나 퇴직 직원들에 대한 보상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우수 판매원이 들어와 혜택을 받은 신규 특약점의 개설자 중 69.1%가 아모레퍼시픽의 퇴직 직원들이었다.

이에 따라 본사 퇴직자들이 차린 신규 점포는 우수 판매원을 넘겨받아 손쉽게 수익을 올려나갔으나, 우수 인력을 뺏긴 특약점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피해 특약점들의 1년 매출은 726억 원이나 급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특약점들은 아모레퍼시픽의 지위남용행위에 수년간 제대로 항의조차 못 했다. 계약을 해지당하거나 제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2013년 유통업계의 ‘갑질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 게 폭언을 가하는 내용의 음성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확대된 바 있다.

이에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원 재배치 문제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 피해대책협의회는 자행한 횡포에 비해 처분이 가벼울 뿐 아니라, 피해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중소기업청은 지난 5월 의무고발요청권을 발동, 아모레퍼시픽을 검찰에 고발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  뒤 늦은 ‘상생 의지’ 빈축 

이런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뒤늦게야 상생 의지를 불태워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검찰에 기소를 당한 다음날인 9일 아모레퍼시픽이 거래 대리점 간 상생협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9일 거래대리점과의 동반성장 문화 확산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협약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리점 관련 고시 준수 △대리점 계약서 문서화 및 구두발주 지양 △동반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의 내용이 담겼다.

화장품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은 산업 전반에 걸친 불황 속에서도 승승장구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아울러 실적 호조로 주가가 폭등하면서 한 때 ‘황제주’로서 위용을 떨치기도 했고, 오너인 서경배 회장은 주식 자산증가율 세계 2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또 서 회장은 수출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열린 '제 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특약대리점들에 대한 ‘갑질 횡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이러한 화려한 수식어들이 갖고 있는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놓였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법 판결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앞으로 관련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약대리점피해점주에 대한 보상 문제에 대해선 “일부 대리점 점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보상 절차를 마친 단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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