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금리인상 발표하는 열런 연준의장 <사진=AP/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국내경제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정·재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일단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난해부터 예견된 만큼, 당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상이 장기적인 인상기조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정치권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통화와 환율’부문이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세계에 투자됐던 달러가 다시 안전자산인 미국으로 회귀한다. 이 과정에서 신흥국에 적절한 대처가 없다면 화폐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 우리의 IMF를 비롯해 1997년 동아시아를 휩쓸고 간 외환위기도,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처하지 못한 통화정책이 주요 원인이었다.

◇ 미국 금리인상, 정부보다 가계와 기업에 뇌관

이 같은 경험에서 정부당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꾸준히 단기외채를 줄여왔기에 외환이나 환율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 우리의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는 3분의 1 수준으로, IMF와 같은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옐런 연준의장이 신흥국 상황을 감안해 완만한 금리인상을 예고했다는 점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면 신흥국 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며, 신흥국들은 급격한 유동성 위기와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3년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하자 신흥국 시장에서 급속히 달러가 빠져나가기도 했다. 다만 우리의 경우, 펀더멘탈이 튼튼하고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고가 높다는 점에서 환율변화에 따른 위험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금융부분’에 있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비록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권 대출금리상승으로 이어져 대출의존도가 높은 가계나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고, 결국 금융권 부실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단 정부는 이 같은 ‘불안심리’를 줄이기 위해 전날인 16일 경제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핵심은 규제완화 등 확장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7일 취재진과 만나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며 “미국이 자국 내 사정만 볼 수 없을 것이고 여러 상황을 보면서, 신흥국이나 여타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겠다는 것도 시장엔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불안심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 ‘가계부채-한계기업’ 문제인식은 동의, 해법은 여야 '제각각'

다만 사상최대의 ‘가계부채’와 늘어가는 ‘한계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가 ‘담보중심’에서 ‘상환능력중심’의 대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기대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었다. 이미 연내 가계부채는 1,200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가계부채 비율은 GDP의 8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신흥국들 가운데 가장 위험한 수준이다.

경쟁력을 상실해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한계기업’들의 숫자도 3,400여개에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도 ‘시중금리가 0.5% 상승하면 한계기업의 숫자가 300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변동 추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의 금리가 비슷한 곡선을 그려온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기준금리도 인상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문제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여야 정치권 역시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했다. 새정치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제로금리 시대가 끝났다”며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테러 등 대형악재가 몰려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걱정거리가 커졌다”고 말했다.

다만 해법은 달랐다. 새정치연합은 DTI와 LTV 등으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집단대출 정상화 등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원샷법’ 등 기업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법안처리 등을 통해 ‘한계기업 정리’에 나서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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