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야권의 관심은 이전보다 더욱 뜨거워졌다. 전남 강진 흙집에서 신문과 방송을 끊고 1년4개월여 동안 묵언수행을 이어오던 그가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동철 의원이 새정치연합을 탈당하고 이른바 ‘안철수 신당’으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동철 의원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1주일 만인 지난 20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며 향후 손학규 전 고문과 안철수 의원 간 연결고리 역할에 대해 “그런 역할을 하게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맡겠다”고 말했다.

◇ 문병호 “삼고초려해서 꼭 모실 것”… 물밑 접촉 계획

실제 독자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 측은 손학규 전 고문의 영입에 적극적이다. 동반 탈당을 강행한 문병호 의원은 복수의 매체를 통해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며 손학규 전 고문을 “삼고초려해서 꼭 모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호 의원은 안철수 의원이 김한길 의원과 공동대표를 맡던 시절 대표 비서실장을 역임한 측근 인사다. 김동철 의원 역시 손학규 전 고문의 민주당 대표 시절 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대표적 손학규계로 분류되고 있다.

비서실장 출신 문병호 의원과 김동철 의원은 근래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다. 김동철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이 단적인 일례다. 당시 문병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앞둔 김동철 의원을 마중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을 먼저 찾았고, 이후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날 김동철 의원은 “정권 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안철수 신당”이라면서 “문병호 의원 등과 함께 안철수 신당을 창당하는 작업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손학규 전 고문과 안철수 의원의 연대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정작 김동철 의원은 탈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와 관련 손학규 전 고문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 말을 아꼈다. “정계를 은퇴하신 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같은 날 손학규 전 고문은 또 한 번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는 가사의 ‘청산별곡’을 불렀다. 전남 영암에서 진행된 이른바 ‘장작모임’의 송년회에 참석했다가 정계 복귀 권유를 받은 탓이다. 이에 손학규 전 고문은 사실상 하산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 손학규 만난 이개호, 안철수 신당 러브콜에 “짝사랑”

다만 손학규 전 고문은 ‘장작모임’에 참석한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재선이다. 다른 건 생각하지마라”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개호 의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손학규 전 고문이 정치세력이 재편되는 상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의견도 주지 않고 계신다”면서 “내년 총선 때까지 정치권으로 돌아오지 않으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손학규 전 고문을 향한 안철수 의원 측의 러브콜에 대해서도 “짝사랑”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 측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손학규 전 고문의 영입 성공 시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데 이해의 폭을 넓혔다. 문병호 의원은 “손학규 전 고문이 부담스러워하는 만큼 차근차근 (접촉)할 생각”이라면서 “물밑 접촉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