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이 시기엔 늘 지나간 해의 아쉬움은 이제 뒤로 하고, 새해를 향한 희망과 설렘, 그리고 다짐과 각오로 가득차곤 한다. 하지만 올해 경제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연초의 ‘생기’를 찾기 어렵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위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남긴 조선업계의 분위기는 냉랭하고 건조하기만 하다. ‘슈퍼 엘리뇨’로 인해 역대 가장 포근한 겨울이 되고 있지만, 조선업계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시린 겨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신년사를 통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수장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 도약’이란 키워드를 빼놓지 않았다. 이 신년사를 통해 공통적인 위기의식 뿐 아니라 저마다의 해법도 도출이 가능하다.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권오갑 “올해는 흑자달성”

먼저 현대중공업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흑자전환’을 가장 강조했다.

권오갑 사장은 “2015년을 시작하면서 연말에 흑자를 달성해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결국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며 2016년의 첫 번째 목표로 ‘흑자달성’을 꼽았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다른 2곳보다 매를 일찍 맞았다. 2014년 하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일찍 시작된 위기가 그만큼 일찍 끝나지는 않았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뒤 수장 교체, 구조조정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2015년에도 적자는 계속됐다.

여기엔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악재가 덮친 탓이 컸다. 먼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더 악화되면서 다 만들어놓은 시추선을 팔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재로선 시추선에 투입된 자금과 시간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노사갈등이 장기간 이어졌다. 힘을 한데 모아야할 시기에 오히려 어수선한 분위기만 계속된 것이다.

이에 권오갑 사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Change Together!(다 함께 변하자!)’로 정했다. 또한 각 사업본부마다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사업본부별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이란 이름값에 안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권오갑 사장은 ‘현대정신’을 언급하며 현대중공업이 가졌던 열정과 신뢰의 회복을 강조했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그동안의 손실을 대부분 털어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어도 노조와 손을 맞잡았다. 이제 내려 올만큼 내려왔으니 올라갈 일만 남은 상황이다. 권오갑 사장이 ‘흑자달성’에 방점을 찍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시추선 인도거부와 같은 예상치 못한 악재가 또 언제 어디서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잊어선 안 된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정성립 “피와 땀과 눈물밖에 드릴게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나쁜 의미에서 ‘주인공’이었다. 조선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긴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처절한 상황은 정성립 사장의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정성립 사장은 “지난해는 대우조선해양 창사 이래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며 “마치 지금의 상황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처칠 수상이 국민들에게 ‘피와 땀과 눈물밖에 드릴게 없다’며 국민들의 고통과 인내를 호소했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된다”는 비유까지 곁들였다.

목표로 내건 것 역시 현대중공업과는 조금 다르다. 정성립 사장은 현재 공사 중인 해양프로젝트의 적기 인도를 첫 번째 과제로 내걸었다.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가 남아있는 만큼, 더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기 인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용주체를 명확히 하는 관리시스템의 도입이다. 납기와 원가를 모두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각 생산담당 별로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대우조선해양의 2016년은 현 상황을 추스르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더 이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재도약을 위해 내부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도약대에 서기보단 도약을 준비하는 과정의 2016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황은 조선 3사 중 가장 좋지 않다. 지난해 발생한 적자 규모부터 비교가 안 된다. 그만큼 추가로 발생할 손실은 줄어들었겠지만,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있다. 여러모로 분주하고 어수선한 2016년이 예상된다.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박대영 “이제는 내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2분기 1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3분기엔 역시 ‘주문 취소’라는 악재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대우조선해양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인 상황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2016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정성립 사장과 비슷하다. 박대영 사장은 “지금까지 성장을 통해 회사 발전을 추구해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지고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장의 실적보단 확실한 재도약을 위해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또한 박대영 사장은 고객 중심의 생각과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연비 강화, 적재공간 확대, 원가 절약 등 고객을 위한 경쟁력이 곧 회사의 경쟁력으로 돌아온다는 ‘기본’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주인의식을 언급한 것엔 현재의 위기를 ‘불만’이 아닌 ‘기회’로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렇듯 신년사에 담긴 조선 3사의 위기의식은 대부분 일치한다. 다만, 위기 타개의 해법과 2016년의 목표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악의 2015년을 떠나보낸 조선업계가 2016년을 의미있는 한 해로 만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