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증권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가조작에 관여해 뒷돈을 챙기는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되는 가하면 고객 돈 유용 및 횡령 사건도 툭하면 터지고 있다.

최근엔 IBK투자증권 직원이 고객들의 돈 24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충격을 안겼다. IBK투자증권은 뒤늦게야 직원의 비위 사실을 포착해 검찰에 고발 조치했으나, 피해 규모가 커 사건 수습에 애를 먹고 있다.

◇ 고객 돈 24억 손 댄 직원 ‘쇠고랑’

서울중앙지검은 고객 돈을 횡령하고 고객 명의를 도용해 증권 계좌를 무단 개설한 혐의로 IBK투자증권 직원 김모 씨를 지난달 31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13년부터 고객 11명의 돈 24억3,236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서울 목동·강남센터 등에서 근무하며 “위험성 낮고 수익성이 높은 시스템 매매상품에 투자하라”며 자신의 계좌로 돈을 보낼 것을 권유하고는 고객 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보관 중인 증권카드를 이용해 고객 허락 없이 ‘현금출납기’에서 돈을 빼내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또한 피해 투자자들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이용해 증권계좌를 무단 개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계좌 신청서에 심모씨 등 공범들의 전화번호를 기입하는 식으로 본인 확인 절차를 피했다. 검찰은 공범 심모씨 등 4명에 대해선 약식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선물·옵션 투자에서 입은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 IBK투자증권 지난달에야 범행 ‘경위’ 파악

IBK투자증권이 지난달에야 김씨의 범행을 파악해 수습에 들어갔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피해 투자자로부터 연락을 받고 경위를 파악하게 됐다”며 “곧바로 검찰에 직원을 고발 조치했으며, 피해금에 대해 우선 회사 차원에서 보상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고객들에 대한 보상을 완료했고 나머지 고객은 보상을 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 시스템 부분은 TF를 구성해서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할 계획”이라며 “또한 금융회사는 시스템만큼이나 개인의 윤리 의식과 도덕성도 중요한 것 같다. 내부적 기강을 다시 한 번 세우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의식했을까. IBK투자증권의 신성호 사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신 사장은 “불건전한 영업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윤리경영제도를 마련하겠다”며 “금융기관의 생명은 ‘신뢰’이며, 금융인으로서 도덕성과 준법의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에는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횡령, 불법 투자, 주가조작 연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챙기기 등의 각종 임직원 비위 행위들이 끊임없이 적발됐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증권사들은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으나, 잦은 사건에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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