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중국 상해종합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245.96포인트(-7.32%) 급락한 3115.98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두차례 발동되며 거래 자체가 중단됐다.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보이는 중국 주가 지수(왼쪽)와 미국 주가 지수(오른쪽)의 모습. <사진 이하 =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중국이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4일에 이어 7일까지, 새해 첫 개장 이래 벌써 두 번이나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되레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서킷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다음날 “서킷브레이커가 일정부분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강변했다가, 사흘 뒤인 7일 폭락장과 함께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되자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을 바꿨다.

‘위안화 절하’ ‘경기둔화’ 등 중국 증시 폭락의 배경으로 여러 가지 원인들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의 연이은 뒷북 행정과 일관성 없는 정책 시행은 시장의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는 최대 악재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안정제 아닌 증시폭락 기폭제 된 ‘서킷브레이크’

중국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4일에 이어 7일까지 새해 첫 개장 이래 벌써 두 번이나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s)를 발동했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 등락폭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일시적으로 또는 마감 때까지 증시 거래를 정지하는 제도로, 지난 7일 중국은 개장 13분만에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한 데 이어 개장 29분 만에 폐장되는 이변을 연출 했다.

급기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는 7일 밤, 웹사이트를 통해 서킷브레이커 시행을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되레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 4일과 7일 중국 증시 패닉 현상의 주원인으로 서킷브레이커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이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해 되레 투매세를 자극, 시장 폭락을 가져온 주된 요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서킷브레이커는 상하이와 선전 증시의 우량 기업 300개사의 주가로 이뤄진 CSI 300 지수를 기준으로 상하 등락폭이 5%를 넘으면 거래를 15분간 중지하고, 7%를 넘으면 조기종료하도록 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의 등락폭이 상하 7%에 달하면 뉴욕증시와 나스닥에서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장이 조기 종료되는 지수 하락률 기준은 20%다. 우리나라는 전일 대비 주식이 10% 이상 하락하면 20분 동안 거래가 중단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선 장중 거래 지수가 4% 정도만 떨어져도, 곧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물이 더 쏟아져 나오면서 하락 폭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이다.올 들어 거래가 중단된 두 번의 경우 모두 1차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직후 몇 분 만에 7% 이상 폭락하면서 거래가 중단됐다.

중국 교통은행은 “서킷브레이커 자체가 시장에 공황 심리로 인한 주식 매도를 야기하며 유동성 긴축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에서 매매의 연속성과 유동성을 차단한 것은 물론 시장 내 불안감을 키워 오히려 증시 하락 폭과 속도를 키웠다는 얘기다.

▲ 사진은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증권회사 전광판 그래프로, 주가가 곤두박질 치다가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사진=뉴시스>
◇ 투자자 불안감 키우는 중국의 오락가락 행정

전문가들은 서킷브레이크의 제도적 한계도 문제지만, 중국 정부의 어설픈 대책과 일관되지 못한 정책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기름을 부으며 오히려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따르면 증감회는 올 들어 두 번째로 거래가 중단된 이후에야 내부 회의를 통해서 시장 상황과 서킷브레이커 제도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중국의 서킷브레이커 제도는 발동기준을 너무 좁게 설정해 되레 투매세를 자극하며 시장 폭락을 가져온 주된 요인이 됐다. 그런데도 증감회는 서킷 브레이커가 처음 발동된 다음날 “서킷 브레이커가 일정부분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자신하다가, 7일 폭락장과 함께 서킷브레이커가 재차 발동되자 결국 서킷브레이커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서킷브레이커 제도가 부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을 바꿨다.

‘대주주 지분 매각’ 정책도 중국 당국의 정책혼선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7월 증시가 폭락하자 6개월간 대주주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이 규제는 8일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중국 증감회가 “대주주 지분 매각 방법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동요하기 시작했고, 매각 제한 해제는 증시 폭락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사정이 이쯤되자 중국 증감회는 부랴부랴 “대주주의 3개월 내 매각 지분 비중이 1%를 넘을 수 없다”는 새 규제를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이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의 주가 폭락을 작년 여름 증시 폭락과 이에 이어진 중국 당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 결정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개장 전 시중에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하고 당국자 발언을 통해 시장의 불안 심리를 누르는 중국 정부의 시장 안정조치들이 ‘주가 폭락 후 시장 구제’라는 지난해 여름의 행보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약세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에도 개입했지만, 끝내 시장 불안을 막지 못했다. 상하이증시는 7% 이상 폭락했고,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장중 거래가 완전히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결국, 시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환율 시장에 개입하고, 대주주 지분 매각 규제 등 각종 시장 안정 조처가 오히려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ABC뉴스는 8일(현지시간), 전문가 다수가  ‘중국 경기를 망치는 3가지 주범’으로 △추락한 위안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이행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점 △중국 정책입안자들의 경제 관리 무능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 중국 증시가 7% 이상 폭락해 또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거래가 완전히 중단된 7일 오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에서 외환출납 관계자가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7일 오전 9시 43분(현지시간) 상하이선전(CSI)300지수가 전날보다 5.38% 추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고 다시 장이 선 이후 오전 9시 59분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이날 주식 거래가 30분 만에 마감됐다. <사진=뉴시스>
◇ 중국의 ‘반쪽짜리 시장경제 모델’ 한계

중국 증시의 움직임은 세계경제에 큰 여파를 준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당장 지난 7일, 우리 주식시장도 1% 넘게 떨어지고 환율 역시 4개월 만에 1,200원대로 올라섰다. 4일에 이어 사흘 만에 재연된 중국발 악재에 일본 증시는 2% 넘게 빠졌고, 유럽 증시 역시 3% 안팎의 하락률을 보이는 등 충격은 적지 않았다.

다행히 7일 폭락했던 중국 증시는 8일 등락을 거듭한 끝에 반등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국 월가 투자은행들은 이날 시장 안정을 두고 “중국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결과”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대표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중국은 지금 겉으로는 시장자유화 조치를 취하면서 국가 개입을 끊어내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강력한 시장개혁 조치만이 신뢰를 회복하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 달성과 위안화 안정, 주가부양, 주택가격 급락 방지 등을 위해 취해온 조치들은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많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로 인한 금융시스템 불안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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