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세계 1위라는 명성과 영광은 잠시 내려놓자. 오직 현대중공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현대중공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힘을 모아 다시 시작해 보자.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우리는 그 영광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지난 2014년 9월 현대중공업에 부임한 권오갑 사장의 취임사 중 일부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2014년 2분기에 터진 대규모 적자로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이어진 3분기에는 더 큰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 2~3분기에 쌓인 적자만 영업손실이 3조원, 당기순손실이 2조원에 달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구원투수’ 역할을 맡게 된 권오갑 사장은 강도 높은 쇄신을 이끌었다. 비핵심자산은 처분했고, 인적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각종 비용 감축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그러나 한 번 들어선 적자의 터널은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3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분기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역시 2013년 4분기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는 ‘계약 취소’라는 악재에 발목을 잡히며 또 다시 9,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과 6,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말았다.

◇ 길었던 적자 터널, 흑자전환으로 분위기 바꿀까

현대중공업이 기록한 2년 연속 적자행진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이자 암흑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의 부실을 털어내고, 재도약을 위한 체질개선을 어느 정도 마쳤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중공업의 분위기는 지난 2년과 사뭇 다르다. 일단 지나긴 적자 행진을 끊고 흑자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해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에 대해 그리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놓은 NH투자증권 역시 4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점쳤다.

물론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또한 지표상의 흑자전환이 곧장 ‘완전한 위기 탈출’이나 ‘재도약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 시무식에서 신년사 중인 권오갑 사장.
하지만 흑자전환에 성공한다면, 분위기 전환에는 확실한 효과가 예상된다. 권오갑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흑자’를 특히 강조했다. 그동안의 고된 노력을 이제는 지표상의 변화로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뿐만 아니다. 회사의 위기 속에 갈등을 겪었던 노사관계도 훈풍이 불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나긴 진통 끝에 지난해 12월말 임단협을 타결했다. 2015년은 내내 갈등으로 점철됐지만 2016년의 분위기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5일엔 권오갑 사장과 백형록 노조위원장이 함께 현장을 방문해 흑자 전환을 향한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흑자전환이란 결과로 이어진다면, 현대중공업은 경영 위기 탈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보다 일찍 어닝쇼크를 맞은 만큼 더 일찍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권오갑 체제에서 진행된 강도 높은 쇄신의 효과가 올해부턴 숫자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선업계 불황 및 국제유가 하락 등 시장상황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등장할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2월 초,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해 첫 실적발표에서 염원했던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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