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체어맨W.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티볼리’를 출시해 확실한 효과를 봤던 쌍용차가 이번엔 플래그십 세단 체어맨W의 새로운 최고급 트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완전히 새로운 신차나 풀체인지 모델이 아닌 새로운 ‘트림’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여기엔 쌍용차의 ‘속사정’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올 상반기 체어맨W에 새로운 트림을 추가할 계획이다. 체어맨W 리무진 바로 아래에 위치할 최고급트림이다. 특히 쌍용차는 이 새로운 트림에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란 이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언뜻 보면 지난해 고급화브랜드 ‘제네시스’를 런칭하고, 그 첫 모델로 EQ900을 출시한 현대차의 행보와 닮아있다. 하지만 그 배경과 사정은 완전히 다르다.

체어맨은 국내를 대표하는 고급차다. 현대차의 에쿠스(1999년 첫 출시)보다 빠른 1997년에 출시됐다. 특히 독일의 자동차 명가 벤츠의 엔진을 탑재해 주목을 끌었고, 지금처럼 수입차가 많지 않던 시절 ‘회장님 차’로 자리매김 했다.

지금의 얼굴인 2세대 모델은 지난 2008년 출시됐다.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엔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훌쩍 넘었고, 2010년에도 8,000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쌍용차가 위기를 겪으면서 체어맨W도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 부분적인 변화는 있었지만 사실상 ‘얼굴’은 그대로였다. ‘사골 모델’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차 자체의 완성도는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수입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갈수록 입지는 좁아졌다. 마치 신예들에게 설 자리를 뺏긴 노장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체어맨W의 지난해 판매량은 수출을 포함해 고작 1,305대에 그쳤고, 앞선 2014년 역시 1,618대에 머물렀다.

◇ 체어맨, 풀체인지 아닌 트림 내놓는 이유

이쯤 되면 풀체인지 모델의 출시를 고려하기에도 늦은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의 선택은 ‘트림 추가’에 그치는 모양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행보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쌍용차는 최근 몇 년 동안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그나마 지난해 ‘티볼리’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쳐주면서 상황이 나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여유보단 긴장에 가까운 상태다.

쌍용차의 주력 부문은 SUV다. 코란도 시리즈와 렉스턴 등의 라인업으로 국내 SUV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티볼리 역시 ‘소형 SUV’다. 반면 SUV와 MPV를 제외한 모델은 체어맨W가 유일하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쌍용차로서는 체어맨W보단 SUV 부문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다. 풀체인지 모델이나 완전히 새로운 승용차 모델을 출시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체어맨W 같은 고급차는 비교적 수익성이 좋다. 판매량은 적어도 상당한 수익을 안겨다주는 모델인 셈이다.

더구나 고급차시장은 전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런칭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인 EQ900은 국내에서 사전계약만 1만5,000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즉, 쌍용차는 체어맨W의 변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으면서도,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을 만큼의 여유는 없다. 이런 가운데 쌍용차가 내린 최선의 선택이 바로 새로운 트림의 추가인 것이다.

쌍용차는 새롭게 추가될 트림에 각종 첨단 사양 등을 대거 적용하고,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티볼리로 성공가도를 달린 쌍용차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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