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전격 통합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이 통합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저울질 했던 천정배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선택함으로써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신당 통합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른바 ‘반문재인 연대’ 결성이다.

25일 오전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 의원, 천정배 의원 등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개 항의 통합발표문을 통해 전격 통합을 선언했다.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깜짝 선언이었고, 문재인 대표와의 연대설이나 야권통합신당 추진설을 일축했다는 점에서 반전 발표였다. 실제 이들은 기자회견 직전 의원회관에서 단독회동을 갖고 최종 입장을 조율하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 안철수-천정배 전격통합 발표, 호남지역 공천 공감대

통합 추진과정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의원은 “(천정배 의원이) 느낀점들을 진솔하게 말해줬고 저도 마찬가지로 여러 상황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나 만들어가고 싶은 당의 모습들이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핵심 쟁점은 공천제도다. 앞서 천 의원은 이른바 ‘뉴DJ’를 키우겠다며 호남지역에 참신한 인물을 공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호남권 의원들이 국민의당에 다수 포진하면서 공천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선창당 후통합’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서 천 의원과 더민주의 선거연대설이 흘러나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천 의원 역시 복수의 언론인터뷰를 통해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한 문재인 대표는 높게 평가한 반면, 안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연대가) 자연스럽다고 생각을 하지만, 저는 광주출마 당시 젊은 정치인들을 발굴해 현역과 경쟁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현역들이 국민의당으로 옮겨와 당혹스럽고 광주시민들도 많이 실망하고 계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번 통합 이면에는 안 의원과 천 의원 사이 공천룰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나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지사, 김민석 전 의원 등 신당세력과의 통합을 위해서는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공천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천 의원은 “뉴DJ들을 공천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기로 합의했다”며 “호남지역에서는 공천에는 조금 더 새로운 인물들을 공천하기 위해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하는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상호간에 의견합치를 봤다”고 밝혔다.

안 의원도 ‘변화’를 강조, 천 의원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같은 자리에서 안 의원은 “많은 시민들의 열망은 변화에 대한 열망”이라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한국이 변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통합은 변화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문재인 대표와 심상정 대표도 비슷한 시각 회동을 열고, 앞서 합의했던 '연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진은 지난 16일 열린 신년토론회에서 만나 악수하는 장면이다. <사진=뉴시스>
◇ 박주선 ‘불편’…문재인은 정의당과 ‘연대’로 맞불

다만 신당세력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호남세력 통합 후 국민의당과의 ‘대통합’이라는 수순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정배-정동영-박주선 3자 통합이 가시적 단계까지 추진되던 상황이다. 이들에게는 천 의원의 국민의당 합류가 ‘배신 아닌 배신’이 된 셈이다.

박주선 의원은 “23일 천정배 의원과 회동해 3자 통합추진에 합의했는데 이틀 만에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의 통합발표가 있었다. 사전 협의 없는 천정배 의원의 국민의당 전격합류로 호남정치 복원은 어려워졌다”며 “신뢰는 최고의 정치자산이다. 상호신뢰가 없으면 리더십은 말 자체가 모순”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당과 야권신당세력의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호남을 중심으로 한 ‘반문재인 연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부인재영입으로 반전에 성공했던 더민주와 문재인 대표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고립을 피하기 위한 방책으로 문 대표는 정의당과의 선거연대로 맞불을 놨다.

통합발표가 있던 비슷한 시각, 문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정권연합 구성을 논의했다. ‘합당’은 아니지만 정책적 공조를 기반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김성수 대변인은 “양당 대표들은 범야권 전략협의체 구성에 적극 공감하고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문 대표는) 야권혁신과 연대에 대해 논의 내용을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해 후속논의가 잘 이어지도록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