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정배 의원이 더민주 측의 이른바 ‘지분설’ 폭로에 “상당한 왜곡”이자 “전형적인 구태”라고 반박하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낡은 정치’의 행태인가, ‘정치적 도의’에 어긋난 행위인가.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천정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과 또 한 번 갈등을 빚고 있다. 핵심은 ‘지분설’이다.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과 통합 선언 이전 더민주와 물밑 협상을 벌이면서 공동비대위원장, 5대5 비대위원 배분, 광주 공천권 전권 부여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것. 때문에 국민의당과 통합 과정에서도 이면의 약속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더민주 측의 해석이다. 물론 천정배 의원은 부인했다. “상당한 왜곡”이자 “전형적인 구태”라고 반박한 상태다. 양측의 주장에 온도차가 커지면서 사실상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 천정배 “지분 요구 전혀 없다… 비공개 접촉 내용 왜곡”

더민주 측에선 할 말이 많은 듯하다.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처럼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손잡은 데 대해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지만, “정치적 도의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표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과도기에서 결별 선언조차 없이 신의를 저버렸다는 데 대한 배신감이다. 실제 더민주 측은 선대위 회의 도중 언론 속보를 통해서야 천정배 의원과 안철수 의원의 통합 소식을 접했다.

더민주의 반격에 천정배 의원도 입장 표명에 나섰다. 복수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분을 요구한 것은 전혀 없다”고 밝히며 오히려 선대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은 더민주 측임을 분명히 했다. 발언을 종합하면, 천정배 의원이 제시한 통합 조건은 두 가지다. ‘패권주의 해체’와 ‘뉴DJ 양성’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천정배 의원은 “비공개 접촉 과정에서 설왕설래했던 일들을 무슨 큰 일이 있는 것처럼 왜곡해서 공개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천정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아직도 폐쇄적 패권주의를 해체할 전망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수권 대안정당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민주가 아닌 국민의당을 택한 이유다. 더민주와 통합 논의도 “벌써 오래 전”으로 느꼈다. 문재인 대표 측은 지난해 10월경 김한길 의원 등을 통해 천정배 의원과 통합을 추진했으나 결렬됐고, 이후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통합 논의가 재추진됐지만 뚜렷한 진척이 없었다.

▲ 천정배 의원은 더민주가 “아직도 폐쇄적 패권주의를 해체할 전망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국민의당의 경우 “수권 대안정당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안철수 의원과의 협상은 6일 만에 끝냈다. 속전속결이었다. 국민의당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길 의원의 중재로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의 한 식당에서 만나 2시간가량 통합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그리고 24일 밤 심야 3자 회동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다음날 김한길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다시 만나 합의문을 작성하고, 이후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최종 조율했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통합 움직임을 눈치 챈 사람은 없었다.

◇ 6일 만에 국민의당과 합당 합의… “지분·자리 얘기 없었다”

합당 주역인 김한길 의원은 기자회견 50여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김한길 의원 외에 회견장으로 들어서는 안철수·천정배 의원과 국민의당의 한상진·윤여준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보고 기자들도 술렁였다. 이들은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 합의를 발표하며 그 배경으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특히 김한길 의원은 “처음 통합을 논의할 때, 지분이나 자리 얘기는 서로가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측은 천정배 의원을 적극 옹호했다. 최원식 대변인도 천정배 의원과 합당 과정에서 지분 협상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부인하며 “통합 합의문에서도 합의문만 있고, 이면적인 약속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천정배 의원이 ‘호남 물갈이론’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당내 호남 의원들을 쳐내는 데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공천권 행사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해석되고 있다. 통합 선언 직후 천정배 의원은 “호남 지역 공천은 더 새로운 인물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절차와 제도를 마련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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